[월드이슈] 바다에 잠겨도, 도로가 하나여도.. "우린 희망 잃지 않아요"

정재영 2017. 10.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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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지 오래지만 33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 사람들은 아직도 희망을 갖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키리바시가 경제를 재건하더라도 전세계가 합심해 해수면 상승을 늦추지 않으면 키리바시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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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 사람들 이야기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지 오래지만 33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 사람들은 아직도 희망을 갖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특히 키리바시의 수도격인 섬 타라와에서 가장 높은 곳은 해수면보다 불과 2m 위에 있을뿐이라고 전했다.
키리바시의 유일한 도로. 호주가 도로 재건을 지원하고 있다.

키리바시 전체 인구를 10만여명이라고 소개한 가디언은 이 나라에는 도로가 딱 하나만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이나 환자, 음식과 물, 택시와 미니버스,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유일한 도로다.
최근 호주가 열악한 이 도로의 재건을 위한 전체 사업비 6040만달러(약 680억원)의 30%가량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키리바시에서 추진된 최대 사업이었고, 이로 인해 키리바시 사람들의 생활도 조금은 편해졌다.
키리바시의 섬 중 한곳. 바닷물이 들어와 더이상 코코넛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키리바시 타라와 북쪽 아이타 지역 전경. 일부 가옥들이 바닷물에 잠겼고 이젠 작물 재배도 못하게 됐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 현상은 매년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폭풍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섬의 마을에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코코넛 등 작물을 키울만한 환경도 사라졌다.
식수 부족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유일한 식수원에 바닷물이 들어왔고, 수분 공급이 가능한 식물들도 대부분 죽었기 때문이다.
키리바시의 아발랑섬에 사는 마리아 테카이 할머니가 바닷물 유입으로 쓰러진 코코넛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리바시의 북쪽 섬마을에 살았던 마리아 테카이(65) 할머니는 “바닷물이 들어와서 더이상 코코넛 등을 키울수 없어서 최근 마을을 통째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호소했다. 테카이 할머니는 바닷물 유입으로 쓰러진 코코넛 나무 옆에 서서 “한때 이 나무는 해안가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며 “이런 상황을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떤 도움이든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토루아 베리(63) 할아버지도 최근 주거지를 옮긴 경험을 했다. 그는 “한때 바나나와 코코넛 나무 등이 넘쳐서 먹을 거리 걱정도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식물들이 살 환경이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외지 여행객을 안내하거나 숙박업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전 대통령
아노테 통 전 대통령은 유엔 회의에서 이런 키리바시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키리바시는 지난해 3월 새 대통령을 맞았다.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은 보다 현실적이고 강력한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키라바시 비전 20’(KV20)으로 이름지어진 이 계획은 앞으로 20년 후까지 준비하자는 취지의 장기 계획이다. 국가의 조업 면허 사업을 확대해 실업률을 낮추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며, 빈곤율을 줄이는 게 첫 목표다.

키리바시가 세계 각국 어선에 조업면허를 팔아 번 돈은 2009년 2950만호주달러(약 260억원)에서 2015년 1억2000만호주달러(약 10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키리바시 정부는 주 수출품인 ‘코프라’(말린 코코넛 열매) 가격을 킬로그램당 2호주달러로 두배가량 올렸다.

하지만 키리바시가 경제를 재건하더라도 전세계가 합심해 해수면 상승을 늦추지 않으면 키리바시에는 미래가 없다.


아노테 통 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태평양 국가들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금 키리바시 정부가 실시하는 경제정책 등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지금 집에서 손자, 손녀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도 “이젠 20년, 30년 후에 나의 손자, 손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사진=가디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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