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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으면 김장철, 집에나 가 김장겸!"… 5년 만에 돌아온 ‘MBC 프리덤’

심윤지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23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해직 피디들이 등장하는 MBC프리덤 뮤직비디오 리허설을 하고 있다.<br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23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해직 피디들이 등장하는 MBC프리덤 뮤직비디오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오로지 승리만 있을 뿐! 우리가 돌아왔다, 마봉춘!”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 앰프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곳곳에 서 있던 이들이 립싱크를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후드티를 입고 킥보드를 타는 PD, 동물 모양의 머리띠를 쓰고 나온 기자, 덤블링을 하며 현란하게 춤을 추는 아나운서까지, 전동휠을 탄 카메라맨이 바쁘게 움직이며 이들의 움직임을 담았다.

“좀 있으면 김장철! 집에나 가 김장겸!”

방송센터 로비 1층. 2절이 시작되자 선글라스를 끼고 근엄한 표정으로 서있던 최승호 PD, 박성제 전 기자, 박성호 전 기자 등 해직자들이 막춤 대열에 합류했다. 손가락을 허공에 찌르며 막춤을 추는 선배들의 모습에 후배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동진 기자는 피구공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양윤경 기자는 화장실에서 칫솔을 들고 나왔다. 2012년 파업 이후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복귀한 배현진 앵커와의 ‘피구대첩’, ‘양치대첩’ 사건을 패러디한 장면을 담기 위해서다.

숨가쁘게 움직이던 카메라맨의 발길은 방송센터 지하 1층 나무계단에 멈췄다. “국민의 품으로! 다시! MBC 프리덤!” 이곳에 모인 700명의 MBC 노조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MBC 프리덤’의 마지막 소절을 완성했다.‘2017 MBC프리덤’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풍경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지하 1층 나무계단에서 ‘MBC 프리덤!’을 외치고 있다. 심윤지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지하 1층 나무계단에서 ‘MBC 프리덤!’을 외치고 있다. 심윤지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총파업 50일째인 이날 ‘2017 MBC프리덤’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2012년 170일간의 파업 당시 그룹 UV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에 MBC의 상황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아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뒤 5년 만에 다시 ‘2017년판 MBC 프리덤’을 제작했다. “집에나 가 김재철!”이라는 전편의 가사는 이번에 “집에나 가 김장겸!”으로 바뀌었다.

5년 전 연출을 맡았던 김민식 PD가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김 PD는 촬영 전 “6년 만에 연출을 하다 보니 감이 떨어졌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단 두번만의 시도로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립싱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립덥’ 방식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한번에 찍는 원테이크 기법은 그대로 유지했다.

주인공으로는 MBC의 이른바 ‘파업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모두 2012년 파업 이후 해직당하거나 인사조치를 당하는 등 사측으로부터 탄압받은 구성원들이다. 지난 파업 이후 MBC에서 해직된 6명의 언론인 가운데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제외한 다섯 사람 모두 뮤직비디오에 나온다.

MBC프리덤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김민식 PD가 2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방송센터 로비에서 조합원들에게 뮤비 촬영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MBC프리덤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김민식 PD가 2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방송센터 로비에서 조합원들에게 뮤비 촬영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김 PD 역시 2012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후 비제작 부서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2012년 MBC 프리덤을 찍을 때만 해도 속편을 찍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사측의 부당행위로 고생한 구성원들을 위해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웃음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 PD는 이날 뮤직비디오 촬영을 “탄압받은 언론인을 위한 한풀이 굿판”에 비유하기도 했다.

앞서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들뜬 표정으로 사옥 앞에 나와 합을 맞췄다. “제가 이쪽에서 오면 선배가 이쪽에서 나오면 어때요?” 한 사람당 촬영 분량은 길어야 5초 남짓이지만 조합원들은 각자 최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리허설에 임했다. 즉석에서 지나가는 청소노동자에게 빗자루를 빌려 소품으로 활용하는 조합원도 보였다.

촬영이 진행된 MBC 상암 사옥은 170일간의 파업 상흔이 MBC를 휩쓸고 간 이후인 2014년에 문을 열었다. 김 PD는 “여의도 사옥 시절을 공정한 MBC의 전성기로 마음에 품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그동안 신사옥은 ‘경영진들의 놀이터’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번 촬영이 상암 사옥을 구성원들의 진정한 터전으로 되돌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 현장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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