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품위 있는 죽음'..오늘부터 존엄사 선택할 수 있다

윤영현 기자 2017. 10.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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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부터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뜻에 따라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을 내년 1월 15일까지 10개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무의미한 연명 의료로 고통받는 대신 '존엄사'를 선택하는 게 가능해진 겁니다. '웰 다잉(Well-Dying)', '품위 있는 죽음'으로 불리기도 하는 존엄사, 오늘 리포트+에서는 존엄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오늘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고 싶다"…존엄사, 안락사와 다른 점은?

존엄사는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 존엄함을 유지하며 죽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존엄한 죽음이란 치료를 통해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의미합니다. 존엄사는 안락사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입니다.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불치병 환자 등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결정으로 의료적 조치를 하는 겁니다. 의료를 중단해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이어지는 존엄사와 달리, 안락사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 투입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죽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1997년부터 시작된 존엄사 논쟁…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은?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하기까지 진통은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존엄사 논란은 1997년 12월 '보라매 병원 사건' 이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 치료를 하고 있던 한 환자의 가족이 병원비와 수술비를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퇴원을 요구했습니다.

병원 측은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환자를 퇴원시켰습니다. 환자는 얼마 뒤 사망했고 법원은 2004년 가족과 의사에게 각각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해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어 2008년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은 다시 존엄사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식물인간 상태인 70대 김 모 할머니의 가족들은 무의미한 치료가 필요 없다고 여겨 인공호흡기를 떼 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거절했고 결국 가족들은 법원에 연명 의료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그리고 2009년 5월 대법원은 국내 처음으로 연명 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12년 12월 의료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등으로 생명윤리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명 의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고 존엄사 논쟁이 시작된 뒤 10년 만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는 겁니다.

■ 존엄사 법적으로 인정…'연명의료결정법'에 담긴 내용은?

오늘부터 시범적으로 시작된 연명의료결정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우선 환자나 환자의 가족이 존엄사를 원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명 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인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로 회복할 수 없으며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말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환자의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함께 내린 판단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 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에만 치료가 중단됩니다.

환자가 의식은 없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둔 상태라면 가족 2인이 연명 의료에 관한 환자 의사를 진술해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고 평소 연명 의료 중단에 대한 의사도 확인할 수 없다면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존엄사는 가능합니다. 다만,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방식은 제외됩니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 의료 분야도 정해져 있습니다. 존엄사를 선택했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은 중단될 수 있지만,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물, 산소 등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윤영현 기자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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