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층권의 요새', 핵폭탄 싣고 트럼프 '명령' 기다리나

문병주 2017. 10. 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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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략폭격기 B-52 기지, '24시간 출격 태세' 시설 공사
1991년 사라졌던 냉전 시대 명령, 북핵 때문에 되살아날 조짐
공군 총장 "공공연히 핵무기 사용 말하는 사람 있어"

냉전 40여 년 동안 유지됐던 핵폭탄을 실은 B-52 전략폭격기에 대한 ‘준(準)전시 명령’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1991년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구소련의 해체 후 해제시켰던 이 폭격기의 ‘24시간 즉각 출격 태세’ 명령을 다시 실행할 준비를 미 공군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층권의 요새(Stratofortressㆍ스트래토포트리스)’로 불리는 B-52는 ‘죽음의 백조’ B-1B 랜서, B-2 스피릿과 더불어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다. 1952년 최초 비행을 시작으로 수차례 업그레이드됐다. B-1B나 B-2보다 속력, 무기적재량, 스텔스 기능 등이 못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전장에서 검증받은 이유로 가장 안정적인 전략자산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모두 744대가 제작돼 현재 58대가 현역 배치돼 있다.

미 군사안보전문매체디펜스원은 2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골드페인 미 공군참모총장의 말을 인용해 미 공군이 핵폭탄을 장착한 B-52를 24시간 대기시켜 놓고 비상시 출격시킬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3㎞에 이르는 미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 활주로 끝에 마련된 주기장(駐機場ㆍ항공기 지상조업 및 출발 대기장)에 핵폭탄을 장착한 여러 대의 B-52를 24시간 대기시켜 놔 언제든 출격토록 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박스데일 B-52 주기장은 높은 곳에서 보면 크리스마스 장식 나무처럼 생겨 ‘크리스마스트리’라 불렸다. 이곳은 지난 1991년 옛소련이 붕괴한 냉전 종식 후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골드페인 총장은 디펜스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투태세 완비를 위한 또 하나의 조치”라며 “어떤 특정 사안에 대처키 위한 (실행)계획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처한 세계 현실에 대처해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B-52 전략폭격기. [중앙포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B-52의 상시 비상출격 체제의 재가동 명령이 이미 하달된 것은 아니며 그에 대비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B-52의 ‘24시간 즉각 출격 태세’ 명령은 미 전략무기를 책임진 전략사령부의 존 하이텐 사령관과, 북미 본토 방어를 담당하는 북미사령부의 로리 로빈슨 사령관으로부터 내려온다. 하지만 핵무기를 대기시키는 일이니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미 공군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골드페인 총장은 “세계는 위험한 장소다. 공공연히 핵무기 사용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세상은 더 이상 미국과 소련 간 양극 체제가 아니라 핵능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이 여럿 있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의 위협을 지목했다. B-52의 24시간 비상출격 체제 재가동이 억지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즉답하지 않은 채 “우리의 상대가 누구냐, 상대가 우리의 준비태세에 주목하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답했다.
미 E-4B 나이트워치. [중앙포토]
디펜스원에 따르면 박스데일 기지에서는 B-52 조종사를 비롯한 공군 인력들이 24시간 생활하는 콘크리트 빌딩을 내부 공사 중이고, 100명 이상의 인력이 사용할 침상도 새로 마련됐다. 또 B-52들이 세워진 주기장에는 핵전쟁시 ‘공중 지휘소’ 역할을 하는 E-4B 나이트워치와 E-6B 머큐리도 곧 합류한다고 전했다. ‘둠스데이(종말의 날) 비행기’로 불리는 E-4B는 미 대통령이 핵무기 발사 명령을 내리면‘발사 코드’를 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에 전달하게 된다. 현재 4대 중 최소 1대는 하루 24시간 상시 비행 중이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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