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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밀양 송전탑 주민들 "문재인 대통령 너무 섭섭하다"

윤성효
입력 2017. 10. 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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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에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입장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12년간 싸워온 밀양송전탑 당사자들의 가녀린 희망은 무참히 꺾였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한 가운데,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이같이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누구보다 밀양 주민들의 실망이 큰 것이다.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 이미 들어선 송전탑을 뽑아낼 수 있다고 봤다. 한국전력공사는 건설 재개되는 신고리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소재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밀양대책위)는 23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정과 대통령 담화에 대한 밀양 주민들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민참여단 30%가 신고리 5·6호기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최종 결정에 임했고 "결정 1개월 전에는 아예 70%가 신고리 5·6호기의 위치를 몰라 지역과 당사자의 문제가 배제된 한 증거"라 지적했다.

또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발표에서도 밀양송전탑 주민 등 당사자들의 문제는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했다.

공론화 과정 3개월 동안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탈핵탈송전탑원정대'를 조직해 전국 22곳을 다니며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를 호소하고, 자체 제작한 탈핵 소책자 3만 2000부를 배포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지난 10월 16~20일 사이 '서울 원정대'를 꾸려서 4박5일 동안 서울에서 108배과 촛불집회 등을 열기도 했다. 지난 21일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 권고'를 결정하자 주민들은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 과정' 기간 동안 서울에서 108배를 벌이기도 했다.
ⓒ 장영식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의 당사자가 아니란 말인가"

밀양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의 당사자가 아니란 말인가?"라며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지난 12년 동안 신고리 핵발전소를 반대하며 싸워온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당사자 논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공론장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라 했다.

또 이들은 "공론화가 결정된 과정과 근거 자체의 문제이다"며 "공론화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고, 시민참여단에게 제대로 검증된 정보들이 주어졌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밀양 주민 150세대는 한국전력공사의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은 첨부한 주민들의 발언에서 보듯이, 지금 매우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태이다"고 했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12년간 싸워온 밀양에게는 마지막 765kV 송전선로와 마지막 핵발전소의 전기를 마지막까지 받아들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허탈함과 참담함에 이제 답해야 한다"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 매우 고통스럽지만,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와 모든 신규·노후 핵발전소의 백지화와 폐쇄를 위해 전국의 탈핵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서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 했다.

"어쨌든 견뎌 나갈 거다. 연대의 힘을 모아서"

밀양 주민들은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주민들의 발언이다.

손희경(부북면 위양마을, 83세) : "그동안 나는 대통령을 믿고 살지 않았다. 나는 연대자 분들 믿고 살았다. 그런데, 요번 대통령은 기대를 했다. 그 분이 대통령이 돼서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뒤통수를 너무 쳤다. 믿는 내가 바보다. 내가 그 분 앞에서 큰 절을 했는데, 뒤통수를 맞아서 너무 섭섭하다. 어쨌든 견뎌 나갈 거다. 연대의 힘을 모아서."

김영자 (상동면 여수마을, 61세) : "공론화위 발표 나오는 것 보고, 여기서 살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고리 3호기 전력 갖고도 철탑 주면에서 사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데, 신고리 4호기, 5호기, 6호기, 계속 들어오면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 너무 섭섭하다. 지금 참 힘들다. 어떻게 감정을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  

구미현 (단장면 용회마을, 68세) :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화위에 신고리 5·6호기를 맡기겠다고 했을 때, 마음이 불안했다. 그렇지만 '촛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공론화 기간 내내 전국을 다니면서 또 주시하면서 현격한 불균형을 느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저 눈물만 나왔다. 심정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힘이 든다.

물론 5, 6호기 공청회와 건설허가 과정에서 시민은 참여하지 못하고 쫓겨난 상황에 비하면 조금은 나아졌지만, 수십년간 숙의하고 공론화에 부친 독일의 사례와는 달리 우리는 숙의과정이 거의 생략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실에 팩트 체크가 안된 채 그대로 시민참여단의 표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급한 손님맞이로 차려진 초라한 탈핵밥상이 되었다. 다수호기와 핵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12년간 싸워온 밀양에 마지막765kV와 마지막 핵발전소의 전기가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 참담하다. 우리는 5·6호기 백지화와 송전탑을 뽑아낼 때까지 싸울 것이다." 

정임출(부북면 위양마을, 76세) : "우리가 대통령을 너무 믿었다. 너무 믿었기 때문이 실망이 컸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08배를 하자마자 발표 결과를 듣는 순간 찻길에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를 죽이고, 원전을 세워라' 이런 울분이 터졌다. 그런데,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 새로 일어나서 또 다시 힘을 모아서 다 같이 새로 하자. 누가 이기는가, 끈질기게 해 보자."

한옥순(부북면 평밭마을, 70세) : "우리 대책위와 주민들이 최선을 다해서 했지만, 돈과 권력 앞에는 못 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에 던져 놓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처럼 뉴스가 나온다. 우리가 지금 주저앉으려고 해도 앉을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서 했는데, 이런 결과를 얻으니까 너무너무 힘들다. 우리 주민들을 지지해주는 연대자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할라고 생각한다.

돈하고 사람 목숨하고 바꾸려고 하는, 세상, 조금씩, 차차 계속 더 이상 나아가 원전을 다 없앨 때까지 우리는 해야 한다. 똘똘 뭉쳐서 다시 한번 더 다짐하고 다짐해서 끝까지 해야 한다."

안병수(상동면 고정마을, 69세) : "소송을 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건설 허가가 나기도 전에 한수원이 사전 공사를 10% 이상하다는 것이 정말 의아했다. 공정률을 왜 그리 높여 놓은 것인가. 결국이 만큼 했는데, 우짤래? 이런 논리에 막힌 거 아니가. 우리는 허가 과정도 다 지켜보았다. 지진 검사나 다수호기 평가나 이런 것도 안 하고 허가를 낸 것 아니냐. 전기가 이렇게 많이 남아도는데, 왜 새 원전을 짓느냐, 이런 거를 해명해 달라고 여전히 말하고 싶다.

마을의 할매들은 이번에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되면 찬성 주민들한테도 그렇고 우리가 뭐라도 해냈다는 생각 때문에 자부심이 생기고 기가 살아날 텐데, 너무 참담하다. 농활 온 학생들과 발표를 같이 들었는데, 그 학생들 앞에서 내가 표정 관리를 못하겠더라. 우리 마을의 할매들도 마음이 착잡한 정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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