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아' 크리스틴의 진심

2017. 10.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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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HAINED HEART

샤넬의 향수 ‘가브리엘 샤넬’의 캠페인 모델로서 자유를 향한 질주와 도약을 보여준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녀의 행보는 ‘반항’이란 단어로 규정할 수 없다

캐시미어 드레스와 코코 크러시 비대칭 이어링은 모두 Chanel. 코튼 비니는 Maison Michel. beauty note

윤기가 흐르는 광채 피부는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젤 터치 파운데이션, 30호를 밀착시켰다. 또렷한 눈매는 옹브르 프리미에르 롱웨어 파우더 아이섀도, 22호로 음영을 준 뒤 이니미터블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연출했다. 내추럴한 컬러와 촉촉함이 돋보이는 입술은 루즈 코코 샤인, 골든 샌드를 바른 것. 사용 제품은 모두 Chanel.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굉장히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뻔하지 않은 행보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흥행 배우로 거듭났지만 크리스틴은 화려한 성취에 기대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작품을 선택해 보란 듯이 생생한 결과를 이뤄냈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표현으로 요약되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그러나 크리스틴과의 만남을 앞두고 생각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는 듯했다. 그녀가 내성적이며 낯을 가린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샤넬이 15년 만에 선보인 향수 ‘가브리엘 샤넬’의 캠페인 영상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일까. 자신을 옭아매는 벽을 뚫고 힘차게 질주하며 밀도 높은 에너지를 발산하던 크리스틴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대중이 갖고 있는 그녀에 대한 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로운 영혼과 반항적 의지의 소유자. 호텔 스위트룸의 문이 열리자 빅토리아풍의 의자에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있는 크리스틴이 시선을 끌었다. 베이지색 탱크톱과 리바이스의 크롭트 진, 반스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인사를 건넸다. 녹음기를 써도 되는지 물었다. 이 말이 방아쇠가 됐는지 초록색 눈동자가 당황할 만큼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이윽고 크리스틴은 “아, 제가 하는 이야기를 기록하셔야죠”라고 나지막이 말하며 옆에 벗어놓은 샤넬 트위드 재킷을 끌어 무릎 위에 올렸다. 비로소 그녀가 편안해진 것 같았다. 인터뷰 내내 크리스틴은 질문을 허공에 띄워두고 두 손바닥을 문지르거나 골똘히 뭔가를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낯을 가린다고 한 걸까. 단지 그녀는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캐시미어 스웨터와 스트레치 저지 소재의 수영복 하의, 오른손에 착용한 코코 크러시 링은 모두 Chanel.

페이턴트 레더 코트와 실크 앤 캐시미어 스웨터는 모두 Chanel. ‘가브리엘 샤넬’ 캠페인 영상에서 당신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낙관적인 에너지를 전파해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낙천주의자’라기는 쑥스럽지만 비교적 그런 축에 드는 것 같아요.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위험을 무릅쓰잖아요. 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혹독하고 엄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낙관적인 태도를 지닐 수 있어요.

행복의 근원은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죠. 평소 가까운 사람에게 “요즘 어때?”라고 물었을 때 “매우 좋아”라는 말을 들으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요. 어떨 땐 외로움이 덜하기도 해요. 행복한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샤넬의 패션, 뷰티 캠페인 영상에 모두 출연했는데요. 마치 가브리엘 샤넬의 현대 버전처럼 느껴졌어요 욕심 같지만 미학적으로 근사하고 대담했던 그녀의 모든 면을 닮고 싶어요. 실제로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았고요. 저는 평소에 생각이 확고하고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사람에게 끌려요. 뛰어난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해석하고 세상에 더 널리 알리고 싶은 호기심을 느껴요. 가브리엘 샤넬이 오리지널 창작자라면 저는 통역가라고 할 수 있어요.

가브리엘 샤넬이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녀가 스타일을 말한 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분명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었을 텐데 “패션은 예술은 아니다”라고 했거든요. 제 생각에는 주위의 훌륭한 예술가 친구들을 배려해서 그렇게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가브리엘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예술’을 추구했다고 봐요. 당시는 평범함에서 벗어난 특별함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수긍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멈추지 않았죠. 이런 태도가 그녀의 이름을 더 미스터리하게 만들었겠지만, 정작 가브리엘은 스스로에게 진실했고 한 번도 자기 자신이 아닌 적이 없었어요.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제가 신비스러운 사람처럼 묘사되기도 하는데, 저는 제 모습으로 보이길 원해요. 저에 대해 편견 없이 알고 싶다면 모든 걸 보여줄 마음이 있어요. 더 큰 관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덜 외롭기 때문이죠. 만약 여기에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담겨 있다면 결국 불행해질 거예요.

외로움을 많이 타나요 여럿이 함께 어울리길 좋아해요. 뭉치면 강하다고, 사람들과 있으면 힘이 생겨요. 물론 혼자 있는 시간도 잘 지내요. 그땐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어요. 제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항상 혼자 있고 싶어 한다고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그건 제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서니까.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여기나요 몇몇에게는요. 제가 하는 일을 과장하거나 부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많은 사람이 제 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요. 이처럼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성을 발견하고 충분히 친절을 베풀 수 있어요. 물론 제 기질에 맞지 않는 문제라면 주저하지 않고 반대해요.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게 아니라 본성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뿐이죠. 모두가 자신의 뜻에 동조할 수 없지만 분명 마음이 맞는 부류의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가브리엘 샤넬이 보여준 자유와 반항 정신은 당신의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반항적’이란 말은 제게 뭔가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예요. 그런 점에서 가브리엘을 이야기할 때 ‘근거 있는 자유’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해요. 그녀의 인생을 살펴봤을 때 분노에 휩싸이거나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어요. 마찬가지로 저를 반항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지금껏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어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을 뿐이에요.

당신에게 ‘럭셔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럭셔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베이고 긁힌 흉터가 있는 손가락을 보여주며) 몸에 난 상처만 봐도 그래요. 까다로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며 살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게 럭셔리는 어떤 느낌이나 정서에 가까워요. 스스로를 잘 다루는 방법을 아는 거랄까. 일종의 자기 존중인 셈이죠.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안다면 다른 사람도 당신을 그렇게 대할 거예요.

오늘도 그렇고 본인 스타일이 기본적인 아이템과 잘 어울린다는 걸 아나 봐요 거의 매일 이렇게 입고 다녀요. 어릴 적 디즈니랜드에서 오빠와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그때도 둘 다 똑같은 차림이었어요. 리바이스, 반스 그리고 주머니가 달린 티셔츠와 모자! 다섯 살 이후로 스타일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죠. 리바이스를 입고 반스를 신은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여전히 재미있어요. 어떤 사람은 아주 ‘쿨’해 보이고, 또 어떤 사람은 굉장히 평범해 보이거든요. 똑같은 스타일이라 해도 어떻게 걷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요.

리바이스 팬츠와 반스 스니커즈로 옷장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또 무엇이 있나요 (자신이 착용한 체인 네크리스를 가리키며) 이건 질리언 뎀시 제품이고, 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든 주얼리 라인도 자주 활용해요. 또 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떻게 써야 근사한지 잘 모르겠어요. 아! 샤넬의 가브리엘 백을 두 개나 갖고 있어요. 그런데 들고 다닐 일은 많지 않아요. 행사에 참석하거나 잘 차려입어야 할 때, 이게 전부죠. 저는 평소에 많은 걸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딱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해요.

사진 COLLIER SCHORR

글 SERENE SEOW

에디터 김영재

의상 CBW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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