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인간극장'에서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에 살고 있는 삼남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23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은 '삼남매의 가을밥상 1부'로 꾸며졌다.

충청북도 보은군 내북면 시골 마을의 끝에 위치한 꽃 만발한 언덕 너머에는 삼남매의 통나무집이 있다. 10년 전,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사람은 첫째 장미란 씨다. 20여 년 전,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곁으로 돌아왔던 장미란 씨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졌다. 그 후 자신만의 술을 빚고 싶다는 생각에 귀농했다.

그 무렵 제약회사에 다니며 귀농을 꿈꾸던 막내 석근 씨가 합류했고 주말마다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통나무집을 직접 지었다. 그렇게 첫째와 막내가 보은 산골에서 술을 빚으며 농사를 지어오다 3년 전 '직접 가꾼 건강한 식재료로 계절이 담긴 자연 밥상을 만들어보자'며 둘째 영란 씨가 합세, 삼남매가 의기투합했다.

술 빚는 첫째, 요리하는 둘째, 농사짓는 막내. 분업이 확실하다. 작물과 풀이 함께 자라는 유기농 밭, 건강한 먹거리는 삼남매의 고집이다. 전통주를 음식에 담아내고 싶었던 미란 씨는 전통주의 향과 맛을 살려낸 특제 소스를 만들었다. 그러면 둘째 영란 씨가 정갈한 밥상을 완성한다. 미란 씨에게 배운 전통음식은 물론, 전직 분식집을 운영했던 영란 씨의 요리 실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색색이 채소를 곱게 채 썰어 탑 쌓듯 만드는 전통잡채, 복분자 와인에 재우고 전통주 소스로 맛을 낸 닭 가슴살 샐러드, 보은 특산품인 대추로 만든 대추초, 들깨를 넣어 만드는 열무 물김치까지,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한 상이다.

특히 삼남매의 밥상은 직접 기른 허브와 약초들로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미란 씨는 방아잎과 허브잎을 따며 "나의 행복. 내 삶의 행복이다. 식구들이 먹는 걸 보면 행복하다"고 했다. 석근 씨의 밭에서는 풀과 작물이 한꺼번에 자랐다. 풀숲을 헤치며 찾아간 곳은 미나리가 제 자리인양 자란다. 공들이지 않고 얻는 것이기에 욕심은 버리지 않는다.

둘째 영란 씨는 막내 석근 씨가 따온 미나리를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삼남매의 역할은 저마다 확실하다. 전직 분식집 사장이었던 영란 씨의 칼질은 현란했다. 채소들을 채 썰어 볶은 다음 영란 씨는 당면을 뺀 옛날식 잡채를 만들었다. 그 다음 영란 씨는 마치 꽃꽂이를 하듯 샐러드 그릇에 채소와 허브 꽃을 담았다.

묽게 갠 도토리 반죽 위에 소고기를 넣고, 당근과 양파 미나리까지, 재료들을 차례대로 넣는다. 한번에 섞어 부쳐내면 편하겠지만, 손 가는 만큼 눈이 즐겁다.

영란 씨가 만든 음식은 미란 씨가 가장 아끼는 그릇에 담겨진다. 미란 씨는 수저 하나 놓는 것도 고심한다. 손님들에게 서빙하는 것은 석근 씨 몫이다. 석근 씨는 손님들에게 음식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정성을 다한다.

이렇게 완성된 음식을 맛본 손님들은 음식에 담긴 정성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했다.

삼남매의 남다른 손맛과 정성은 모두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세 끼 밥만 먹이면 자식들이 잘 크는 줄 알았다'는 어머니의 밥상은 매 끼니가 정성스러웠다. 먹기 바로 전에 나물을 무치고, 묵은 나물로 튀각을 만들고, 호박잎을 따다 데치고, 여전히 마늘은 늘 빻아 쓰고 무채는 반드시 칼로 썰어내는 어머니다. 그 정성과 손맛이 지금 삼남매가 만드는 밥상의 시작이었다. 한창 젊은 나이에 귀농한다는 자식들을 보며 처음에는 반대가 컸던 어머니, 지금은 청주와 보은을 오가며 삼남매를 챙긴다.

삼남매가 의기투합한 지 어느덧 3년, 충청북도 고수들이 모인다는 지역 요리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귀한 야생 버섯부터 호박꽃까지 준비하고 자매는 밤마다 연습에 매진했다. 석근 씨는 짐꾼 몫을 하느라 바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1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