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도전장 '1세대 조기 유학파' 김대연의 출사표

송지훈 2017. 10. 2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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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 소속 중앙수비수 김대연. [사진 김대연]
스페인에서 성장 중인 또 한 명의 한국인 기대주 축구선수가 '꿈의 무대' 프리메라리가에 도전장을 던졌다. 스페인 3부리그 클럽 시우다드 레알 소속 중앙 수비수 김대연(21)이 주인공이다.

김대연은 스페인 주요 클럽들의 주목을 받는 장신 센터백이다. 신장 1m89cm의 당당한 체격조건에 점프력과 스피드를 겸비했다. 빌드업을 중시하는 스페인 축구의 흐름에 잘 적응해 역습의 출발점 역할도 적절히 해낸다. 소속팀 시우다드 레알의 유스팀을 거쳐 지난 시즌 1군에 합류하자마자 주전 센터백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 팀이 치른 29경기 중 23경기에 선발 출장해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선보였다. 올 시즌에도 변함 없이 주전으로 출전 중이다.

비자 연장을 위해 국내에 잠시 머물고 있는 김대연을 지난 18일 만났다. 그는 "최근에 프리메라리가 소속 클럽 레반테의 B팀에 합류해 사흘 동안 함께 훈련하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면서 "아쉽게 계약에 이르진 못했지만 레반테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재능을 확인했으니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에서 80km 가량 떨어진 시우다드 레알의 훈련장에는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헤타페 등 마드리드 인근 지역에 연고를 둔 클럽 스카우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언제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김대연은 조기 유학파 1세대다. 만 13살이던 동북중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브라질 상파울루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큰 물에서 노는 선수들은 어떻게 축구를 배우는지 궁금했다"는 게 선수 자신의 이야기다. 위험한 생활 환경 등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당초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지만 '축구 제국' 브라질에서 또래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게 성공에 대한 의지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 소속 중앙수비수 김대연. [사진 김대연]
시련은 또 있었다. 반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시 스페인 빌바오로 유학을 떠났지만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해외팀으로 이적한 만 18세 이하 어린 선수의 공식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제재 탓에 뛸 기회를 잃었다. '바르셀로나 유스 3총사' 이승우(베로나), 백승호(페랄라다), 장결희(아스테라스)에게 내려진 출전 정지 징계가 김대연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셈이다.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만 18세가 넘기를 기다린 뒤 재차 스페인 무대로 향했다. 김대연은 "왜 하필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지 안타까웠다"면서도 "다시 똑같은 일을 겪는다해도 내 선택은 스페인행이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김대연이 이야기하는 스페인 축구의 장점은 집중력이다. 시우다드 레알에서는 일주일에 네 번만 운동한다. 훈련 시간도 한 시간 반으로 고정돼 있다. 운동량으로만 보면 새벽 운동부터 야간 자율 훈련까지 하루 종일 운동장과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는 한국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 시즌을 주전 수비수로 무리 없이 소화한 건, 주어진 훈련 시간에 무섭게 집중하는 리그 분위기 덕분이다. 김대연은 "스페인 훈련장 분위기는 '살벌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평소 장난치고 재미있게 지내던 동료들도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마다 않고 달려든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을 '얼마나'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험했다"고 덧붙였다.

김대연은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스페인 국립 카스티야-라만차대학교 역사학과에 입학했다.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축구선수로서 스페인과 유럽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싶어서다. 김영기 스페인 한인회장 겸 시우다드 레알 구단 부회장이 김대연의 대학 진학을 도왔다. 김 부회장은 스페인 태권도협회장과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해 '스페인 태권도의 아버지'라 불린다. 최근에는 재능 있는 한국 축구선수들이 카스티야-라만차대에 정식으로 입학해 현지 대학 과정을 이수하면서 시우다드 레알을 비롯한 지역 축구클럽에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시우다드 레알 소속 중앙수비수 김대연. [사진 김대연]
낮에는 대학생으로, 밤에는 축구선수로 1인 2역 중인 김대연은 올 시즌 중 2부리그 이상의 클럽으로 이적해 새출발하길 바라고 있다. 스페인에서 차근차근 기량을 쌓고 있는 또래 한국인 유망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구단 관계자들 또한 "기량은 1부리그 클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준이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며 응원하고 있다. 김대연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다보면 언젠가는 대표팀의 부름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한국인 중앙 수비수로는 처음으로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누비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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