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朴이 받지도 않은 승마지원에 단순뇌물은 위법"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가 단순수뢰죄로 기소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한 법리공방이 재점화됐다. 최순실 측이 받은 승마지원금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동일시한 1심 판결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는 삼성 측의 문제제기에 맞서 특검팀의 반박이 이어졌다.
공방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수뢰죄(형법 129조)와 제3자뇌물수수죄(형법 130조)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단순뇌물수뢰와 제3자 뇌물수뢰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단순뇌물죄는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한 때,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 성립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는 특검이 단순뇌물죄로 기소한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 법리해석이 엇갈린다.
특검은 최순실 모녀가 대주주인 독일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지원을 약속한 213억원에 대해 단순 뇌물죄로 판단했다.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220억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별해 공소를 제기했다. 이부분은 특검의 기소 직후부터 법조계에서 논란이 분분했던 사안이다. 승마지원금의 경우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최순실 둘 가운데 비공무원인 최순실 측이 승마지원금을 전부 받았기 때문에 단순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대통령은 승마지원금을 받은적 없는데 '단순뇌물'이 어떻게 성립하나
삼성 측 김일연 변호사는 지난 19일 항소심 2차공판의 <승마지원 부분 단순뇌물죄 불성립, 공동정범 관계 및 인식의 부존재>프레젠테이션에서 "대통령에게는 뇌물을 자기가 취득해서 보유 처분하겠다는 의사가 없었고 실제로도 뇌물이 귀속된 게 없는데 어떻게 단순뇌물죄가 성립하느냐"며 "뇌물이 비공무원(최순실)에게 귀속되는 이상, 공무원(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범죄에 가담한다 가정하더라도 갑자기 단순수뢰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갑자기 공동정범이 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요청한 것은 승마협회를 맡아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선수들을 잘 지원하라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삼성 측은 뇌물이 승마지원금 사례처럼 비공무원(비신분자)에게만 귀속되는 경우 단순수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형법이 분명한데 1심이 이를 잘못 판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측은 "근본적으로 특검의 주장은 뇌물의 귀속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뇌물죄를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단순수뢰죄와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수수죄로 구별해 별도의 구성요건을 규정한 형법의 체계와 판례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돈을 받은 경우 공무원에게 직접 뇌물죄를 인정하려면 두 사람이 생계를 같이할 정도로 '경제적 공동체'인지가 입증돼야 했지만, 1심 재판부는 "공모한 경우에는 두 사람이 경제적 관계에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둘이 공모했기 때문에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이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돈과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 측 "1심 판단 중대한 위법" VS 특검 "공모했으니 공동정범"
박 전 대통령 측은 "나는 삼성에서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심의 판단은 달랐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돈이 갔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고, 이때문에 판결문에서 최씨와 대통령의 '경제적 공동체' 여부는 다퉈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 2000도576판결)에 따르면,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특정한 범죄행위'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이뤄져야 한다.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이 사건 1심 판결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특정한 범죄행위를 전제하지 않고 막연히 공동정범으로 인정했으며, 이를 전제로 비공무원인 최순실에게 뇌물이 모두 귀속됐음에도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에게도 뇌물이 귀속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범죄행위를 공모하고 함께 실행해야 하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대통령과 최순실은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뇌물(승마지원금)을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고 결과적으로도 승마지원이 대통령의 이익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도 비공무원에게 뇌물이 전부 귀속된 경우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성립을 부정했다"며 "원심은 특정한 범죄행위를 전제하지 않은 공모 및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했는데 우리 형법에 따르면 뇌물이 비공무원에게만 귀속되는 경우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심 판단은 단순수뢰죄의 구성요건을 근거 없이 확장하는 해석론"이라며 "원심은 뇌물죄의 체계와 입법취지에 반하며 죄형법정주의도 위반하는 등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둘 사이가 공동정범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최순실이 받은 것과 대통령이 받은 것의 불법성이 같다고 볼수 없다"며 "처벌범위를 확장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1심은 죄형법정주의 침해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대법 2023도8077, 2008도2590' 판례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판례를 보면 경제적 공동체에 있는 경우에 한해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것을 공무원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판례도 1심과 같은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 관계임을 언제 어떻게 인식했다는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삼았다.
이에대해 특검 측 강백신 검사는 "논문 등에 정확한 해설이 없어서 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해봤다"며 "형법 129조나 130조 모두 행위주체는 공무원이라는 점은 동일하고 같이 뇌물을 받자는 공모만 있어도 공동정범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둘이 함께 뇌물을 수수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법 129조 1항에 상응하는 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seeit@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고은, 강형욱 강제 소환한 SNS 글 도마에.."경솔했다"
- 국정원 팀장 "추명호가 문성근 합성사진 지시..난 억울"
- "개 나고 사람 났냐" 뿔난 시민들..개 물림 사고 대책은?
- 2년만에 정당방위 인정..'공릉동 살인사건' 양씨의 투쟁기
- 최시원 "한일관 대표 사망 사죄..반려견 부주의 반성"
- 부부싸움 뒤 방화, 딸 숨지게 한 50대 무죄..왜?
- 6살 조카 성폭행..인면수심 큰아버지 징역 15년
- "차선 양보 안해서"..옆 차선 운전자 폭행
- "귀가하라"는 말에 식당 주인 때려 숨지게 한 50대
- 5살 어린이 백골로 발견..범인 "시신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