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 反부패 사령탑에 자오러지 유력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 10.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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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보도.. "왕치산 퇴임, 7상8하 원칙 지켜질 것"]
25일 공개될 새 상무위원에 후계 거론 후춘화·천민얼 탈락
자오러지·왕후닝 발탁 전망, 후계자 낙점 '격대지정' 깨질 듯
SCMP "새 상무위원 인선은 집권 연장 위한 시도라기보다 철저한 계파타협의 결과물"
자오러지, 왕후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명시적인 후계자 없이 집권 2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차세대 지도자로 낙점받은 후춘화 광둥성 서기, 시 주석이 밀고 있는 차세대 후보인 천민얼 충칭 서기가 모두 상무위원(최고지도부 7명)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는 25일 공개될 새 상무위원에 후춘화·천민얼이 아닌 자오러지 당 중앙 조직부장과 왕후닝 당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주임이 발탁될 것"이라고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집권 2기 중국 최고지도부 7명이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외에 시진핑 측근 그룹인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자오러지 조직부장, 리 총리와 같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 왕양 부총리,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상하이방인 한정 상하이 당 서기, 그리고 무(無)계파에 학자 출신인 왕후닝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SCMP는 전망했다.

SCMP가 전한 예상 인선은 집단지도체제의 틀은 유지한 결과다. 시 주석 진영이 3명으로 다수지만 공청단파 2명, 상하이방 1명, 그리고 무계파 1명으로 계파 간 안배가 이뤄졌다. 시 정권 1기에 반부패를 이끈 왕치산(69)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퇴임하면서 '7상8하(七上八下·67세 유임 68세 은퇴)' 원칙도 지켜졌다. 중앙위원(정치국원 아래 단계)인 천민얼 서기의 파격 발탁도 없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압도적인 승리로 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자오러지 부장은 시 주석과 동향(산시성)으로 당내 인사에 밝아 당원들의 부패를 다스리는 기율위 서기로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왕후닝 주임은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정권까지 3대에 걸친 외교 책사다. 지방 행정 경험이 없어 상무위원 발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됐지만 특정 계파 소속이 아니고 정치적 야망도 없어 계파 간 반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후계자 그룹이 상무위원에서 모두 탈락한다는 대목이다. '후계자 격대지정(隔代指定接班人·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것)'의 전통이 충실히 지켜진 장쩌민·후진타오 정권에선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 중국 공산당의 후계 문제는 권력 1인자의 전횡에 따른 숙청과 권력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런 폐단을 끊기 위해 덩샤오핑은 1992년 장쩌민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당시 만 49세였던 후진타오를 다음 지도자로 지정했다. 미래 권력을 미리 낙점함으로써 기존 권력의 독재와 세습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장쩌민은 10년 뒤 후진타오에게 권력을 넘겼다. 후진타오의 경우 자신의 임기 중반인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장쩌민에 의해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시진핑·리커창에게 2012년 정권을 넘겼다. 시진핑이 권좌에 오른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는 당시 40대였던 후춘화와 쑨정차이가 차세대 몫으로 정치국원에 진입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지난 7월 격대지정 방식을 뒤흔들었다. 쑨정차이 당시 충칭 서기를 전격적으로 낙마시키고 자신의 최측근인 천민얼을 후임으로 앉힌 것이다. 19차 당대회를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천민얼 서기는 이후 시 주석의 후계자로 급부상해 후춘화 서기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현재 50대인 후춘화·천민얼 서기가 이번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발탁돼 차기 권좌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SCMP 예상대로라면 시 주석은 어떤 후계자도 내세우지 않는 셈이 된다. '시 주석이 당초 임기인 2022년을 넘어 집권 연장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SCMP는 두 후계자의 동시 탈락이 집권 연장을 향한 수순이라기보다는 계파 간 타협의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자신의 사람이 아닌 후춘화의 능력에 회의를 제기해온 시 주석과 천민얼의 파격 발탁에 제동을 걸려는 다른 계파들이 일단 둘 다 탈락시킨 뒤 후계자 지정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 서기의 경우 네이멍구 당 서기 시절 성장률을 높이려는 무리한 정책으로 '유령도시'를 양산한 실책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이 일천한 천 서기에 대한 당내 반대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후계자 없는 구도는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으로선 레임덕 걱정 없이 강력한 권력을 누릴 수 있는 데다, 후계자 논의의 주 대상이 될 주요 지방 지도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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