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無聲 영화 같은 사랑스러운 오페라

광주광역시=김경은 기자 2017. 10. 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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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셰 오퍼 베를린 '마술피리'

코미셰 오퍼(코믹 오페라) 베를린이 20~22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인 오페라 '마술피리'는 한 편의 사랑스러운 현대판 무성(無聲)영화였다. 호주 출신 예술감독 배리 코스키가 2012년 독일 베를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등 18개국에서 325회 공연되며 숱한 화제를 낳은 인기작이다. 장르는 오페라인데, 손으로 만져지는 무대 세트는 일절 없이 2D 스크린만으로 전면을 채운 무대는 서곡 연주가 끝나자마자 마법의 세계로 바뀌었다.

코미셰 오퍼 베를린이 선보인 오페라 ‘마술피리’ 1막의 한 장면. /코미셰 오퍼 베를린

연출가인 수잔 안드레이드와 일러스트레이터인 폴 배릿이 12년 전 만든 극단 '1927'은 공연과 음악 연주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병치해 호평받는 영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단체. 이들이 한 장 한 장 손으로 작업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틈을 두지 않고 장면을 전환하면, 무성영화 속 캐릭터처럼 무장한 가수들이 화면 속 그림과 착착 맞물리며 노래해 객석의 눈을 사로잡았다.

모차르트가 숨을 거두기 석 달 전 작곡한 이 오페라는 잘생긴 왕자 타미노(테너 탄셀 아크제이예베크)가 밤의 여왕(소프라노 노라 프리드리히스)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 파미나(소프라노 페라 로테 뵈커)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인 줄 알았던 여왕이 나쁜 사람이고, 공주를 잡아 가둔 악당은 의로운 철학자인 자라스트로(베이스 웬웨이 장)라는 반전이 있는 유쾌한 오페라다.

여왕은 계몽시대 이전 감성의 세계, 자라스트로는 이성의 세계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리아와 중창, 몇몇 무대 세트만으론 표현해내는 데 한계가 있는 감성과 이성의 대결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풍성하게 그려졌다. 주인공 타미노와 파미나는 맑은 노랫소리와 실감나는 연기로 극을 살린 진정한 주인공. 자라스트로와 새잡이 파파게노(바리톤 필립 마이어회퍼)는 각각 묵직한 울림과 코믹한 표정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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