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게 퇴짜맞은 소년, 휴스턴 살리다

강호철 기자 입력 2017. 10.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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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키 작다고 입단 거절당한 베네수엘라 출신 알투베
포스트 시즌서 홈런 5개 치며 12년만에 월드시리즈로 이끌어

지난 2005년 고향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15세 소년 호세 알투베(27)는 첫날 퇴짜를 맞았다. 그의 '땅콩'만 한 키를 본 평가자들이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충고를 했다. 알투베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해 다시 트라이아웃에 이름을 올렸다. 작지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계약금 1만5000달러에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그의 키는 여전히 165㎝로 메이저리그 최단신이다. 그의 방망이가 애스트로스를 2017년 월드시리즈로 끌어올렸다. 22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 1―0으로 앞선 5회 타석에 선 알투베가 뉴욕 양키스 구원투수 토미 칸리를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렸다. 그는 전날 6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2회 양키스 선발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팀 타선이 살아난 애스트로스는 그 이닝에 2점을 더 보태며 승기를 잡아 7대1로 승리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키는 가장 작지만, 공헌도는 누구보다 컸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알투베가 경기 후 동료들과 환호하는 모습. 동료들이 어린이 가마 태우듯 알투베를 팔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래도 알투베의 머리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AP 연합뉴스

7차전에서도 알투베의 홈런은 기폭제가 됐다. 애스트로스는 알투베의 홈런이 터진 다음 연속 안타로 잡은 2사 1·3루에서 브라이언 맥캔의 2루타로 2점을 더 보태 결국 4대0으로 승리, 2005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알투베는 다음 해인 2012년부터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날카로운 스윙과 저돌적 플레이는 리그를 흔들어 놨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최다 안타 1위이고, 3차례나 타격왕에 올랐다. 최근엔 펀치 능력까지 길러 지난해와 올해 각각 24홈런을 때렸다.

애스트로스의 올 포스트시즌은 '알투베 시리즈'나 마찬가지다. 애스트로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가진 디비전시리즈(ALDS) 1차전에서 알투베의 홈런 3방에 힘입어 8대2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결국 3승1패로 관문을 넘어섰다. 양키스와 벌인 ALCS에선 알투베가 8타수 5안타를 때린 홈 1·2차전을 이겼고, 10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원정 3~5차전은 패했다. 애스트로스는 결국 알투베가 2경기 연속 대포를 터뜨리며 되살아난 6·7차전에서 승리하며 감격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AJ 힌치 애스트로스 감독도 "알투베가 터지는 날 우리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알투베의 포스트시즌 5홈런은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알투베는 오는 25일부터 시작할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역대 1위(2004년 8개·카를로스 벨트란, 애스트로스)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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