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랑자끼리 통해.. 11년째 우정"

2017. 10.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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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53)의 '신작'이 발매됐다.

켄트는 "한때 음악가를 지망한 '이시'(이시구로의 애칭)를 만난다면, 그가 자신의 연주 솜씨를 겸양하더라도 절대 믿지 말라"고 했다.

"이시는 일본 출생으로 영국에서 자랐고, 저는 미국 출신이지만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죠. 서로를 '유랑자'로 보고 머물 수 없는 이의 스토리를 노래에 투영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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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선정 보름만에 노랫말로 '신작' 발표
재즈보컬 스테이시 켄트가 본 '내친구 이시구로'

[동아일보]

피아노 앞에서 합작을 논의 중인 세 사람. 왼쪽부터 가수 스테이시 켄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작곡가이자 켄트의 남편 짐 톰린슨. 노벨상 발표 직후 이들은 열정적 축하를 주고받았다. ⓒLorna MacDougall
20일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53)의 ‘신작’이 발매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지 불과 보름 만이다. 새 작품은 뜻밖에 노래 가사다. 이날 발표된 세계적 재즈 보컬 스테이시 켄트(52·사진)의 새 앨범 ‘I Know I Dream’에 실린 ‘Bullet Train’이란 곡이다.

이시구로는 10년 전부터 켄트에게 독점적으로 가사를 공급해 왔다. 이번 노래가 열 번째 합작품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전속 작사가로 둔 가수의 기분은 어떨까. 런던에 머무는 이시구로의 오랜 친구 켄트를 18일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켄트는 “한때 음악가를 지망한 ‘이시’(이시구로의 애칭)를 만난다면, 그가 자신의 연주 솜씨를 겸양하더라도 절대 믿지 말라”고 했다. “기타를 정말 끝내주게 잘 쳐요.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는 작사가죠.”
이시구로의 신곡 가사는 초현실적 단편소설 같다. 총알처럼 달리는 도쿄∼나고야 신칸센 열차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섞인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는 이에 관한 운문. “듣는 이는 모호한 시간 속에 던져지죠. 빠르게 스쳐가는 시간의 은유가 기차예요.” 켄트는 “이시는 이곳과 저곳, 현실과 꿈을 오가는 노랫말에 놀랍도록 감성적인 드라마를 배치했다”면서 “떠나버린 사랑과 젊음을 받아들이고 계속해 전진해야만 한다는 메시지가 영화 같은 디테일 속에 매우 절제된 언어와 은유로 묘사된다”고 했다.

켄트도 문학 전공자다. 소설 쓰기도 공부했다. 이시구로의 가사에 선율을 얹는 짐 톰린슨은 켄트의 남편이자 철학도 출신 음악가다. 켄트와 이시구로는 서로의 팬으로 처음 만났다. “이시가 BBC 라디오에 출연해 무인도에 가져가고픈 음반으로 제 것을 꼽았어요. ‘감사하다. 나 역시 당신 팬이다’라고 전하다 점심 약속까지 잡게 됐죠.”

2006년 어느 날의 식사는 세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이시는 일본 출생으로 영국에서 자랐고, 저는 미국 출신이지만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죠. 서로를 ‘유랑자’로 보고 머물 수 없는 이의 스토리를 노래에 투영하기로 했어요.”

점심 식사 2주 후, 켄트-톰린슨 부부의 집 우체통에 보통 우편이 도착한다. 이시구로의 친필 가사 두 편. 이시구로가 1995년 소설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에서 소재를 가져온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과 ‘The Ice Hotel’. 이들 곡을 담은 음반 ‘Breakfast on…’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시구로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작사에서 배운 것들이 소설 쓰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행간에 많은 것을 담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이시구로의 작품 대부분을 독파했다는 켄트는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을 최고작으로 꼽았다.

켄트는 “유랑자들인 이시와 저는 노래로 멜랑콜리를 이야기하면서도 희망을 위한 작은 창문을 열어 두기로 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음반을 재생했다. 이시와 켄트의 노래는 스며들고 비추어 왔으며 마침내 불어 들어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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