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이기적? 가장 나답게 사는 것"

양지호 기자 2017. 10.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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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의 기발한 도전
서재 꾸미기·여행·쇼핑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취미 그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최근 서점가에 나온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는 화제작 한 편이 서점가를 강타하는 한국 시장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여러 독자 취향을 공략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라는 콘셉트로 저자들이 가장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을 털어놓는다. 1인 출판사 '코난북스', '제철소'와 부부가 운영하는 '위고' 3곳이 콘셉트, 문고본이라는 판형, 가격을 공유하는 독특한 기획 출판이기도 하다.

독립서점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반응이 뜨겁다. '아무튼, 망원동'을 읽은 독자는 "'아무튼, 옥수동' 같은 제목으로 내가 자란 곳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하고, '아무튼, 쇼핑'을 읽은 독자는 "소개하는 물건마다 구매욕이 일어 검색해보느라 정작 책 진도가 안 나간다"고 한다. 시리즈 첫 5권 중 '망원동'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을 주제로 쓴 작가 4명을 만났다. 책 좀 읽고 글 좀 썼던 대리기사, 목수, 약사, 일러스트레이터다.

책 ‘아무튼’ 시리즈에 참여한 김민섭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 목수 김윤관, 약사 장성민(왼쪽부터). 직업도 배경도 다르지만 이들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상훈 기자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작가들은 입을 모아 "사람은 모두 각자의 '아무튼'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부끄러워서 밝히지 않거나 깊이 파고들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 '아무튼'은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김민섭(34)씨는 박사 수료생 시절이던 2014년 지방대 시간강사의 현실을 폭로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펴내면서 학교와 학계에서 쫓기듯 떠났다. 육아를 위해 7년 동안 투수 겸 감독으로 뛰었던 사회인 야구단도 그만뒀다. 그래도 그에게는 '망원동'이 있었다. 태어나서 자랐고,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처자식과 떨어져 1주일에 사흘, 글 쓰는 작업실이 있는 곳이다. '아무튼, 망원동'은 1984년까지 망원동의 변천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망리단길'로 유명해지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자주 가던 밥집은 사라졌다. 책은 도시에서 태어난 요즘 젊은이들에게 '뿌리'를 묻는다. 저자는 "원고는 2개월 만에 썼지만 34년 동안 쓴 책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목수 김윤관(46)씨는 '아무튼, 서재'에서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는 것, 서재가 힘들면 제대로 된 책상이라도 구하는 것이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혼자가 되는 서재에서 작업도 휴식도 가능하다는 것. 그의 첫 책장은 라면박스였다. 그나마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학교 동아리방에 있었다. 지금 그는 서재 가구를 전문으로 만든다. 그의 서재 예찬에서는 여느 탐서가들과 달리 먹물 냄새 대신 나무 향기가 난다.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44)씨는 작업 전 인터넷에서 물건을 찾으며 몸을 푼다. 그래서 베테랑 물건 감별사다. '아무튼, 쇼핑'은 스마트폰 음악 애플리케이션부터, 지퍼, 3M사(社)의 기능성 원단까지 두루 살핀다. 잘 드는 명품 가위는 007에 나오는 명차 '애스턴 마틴' 같다는 이야기가 인상적.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는 개업 약사인 장성민(42)씨가 40여 개국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닌 경험을 털어놓은 책. 결혼하고서도 한동안 1년에 1달은 혼자 여행을 떠났던 그의 여행 찬가다.

한 집안의 가장(家長)들이 '아무튼'을 추구하는 게 이기적인 선택은 아닐까. 장성민씨 대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에게는 자기들 하고 싶은 일 하라면서,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면서 참죠. 그런 부모를 보고 자라난 아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아무튼 시리즈는 계속된다. 출간 확정된 책만 '택시' '소주' '호수공원' 등 15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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