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 대통령, 트럼프와 DMZ 동행해 동맹 굳건히 해야"

정효식 입력 2017. 10. 23. 02:30 수정 2017. 10.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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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
방한 트럼프, 예방적 전쟁 언급 땐
문 정부 상당히 난처하게 만들 수도
백악관, 대북 금융제재 협조 관련
한국이 중국보다 못하다 평가
마이클 그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선제 공격이나 예방적 전쟁 같은 강경 발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는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와 한·미 동맹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그린 교수는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일본 석좌와 부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린 교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표현한 직후 2002년 2월 이뤄진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며 “당시에도 백악관 내 강경파들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악의 축이나 ‘벽(휴전선)을 허물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하길 바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쌍중단) 협상과 같은 대화나 포용정책을 몰아붙이지 말고 DMZ에 함께 동행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과 안보공약에 대해 굳건한 약속을 하게끔 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문답.

Q : 2002년 부시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어떤 점에서 비슷한가. A : “당시 보수적인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진보적인 김대중 대통령은 친분관계나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양국 정상은 대북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반면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 관계는 요즘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좋았다.”

Q :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어땠나. A : “당시 부시 대통령의 도라산역 연설 마지막 순간까지 일부 강경파는 ‘악의 축’ 발언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대사 등이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렸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공격할 의향도 없고 정권교체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해 다음날 한국의 모든 언론이 1면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이를 보고 부시 대통령이 "한국인들은 내가 정말 북한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Q :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예상은. A : "알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팀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쟁 준비가 돼 있다’는 수준의 강경한 발언까지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이 먼저 도발할 경우 격퇴하겠다는 방어적 전쟁(defensive war)이나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할 움직임이 보인다면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수준의 발언은 괜찮다. 하지만 예방적인 전쟁(preventive war)을 언급한다면 한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문재인 정부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 한국 정부를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한·미 동맹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이를 오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

Q : 트럼프 대통령 방한의 진짜 목적은 뭐라고 생각하나. A : “백악관은 처음엔 방한 없이 일본만 가고 싶어했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한·미 동맹에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설득해 방한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들었다. 결국 방한 첫째 목적은 북한이 분명하다. 둘째 목적은 미국 국민을 위한 경제이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다. FTA 개정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다면 양국에 최선일 거다.” 그린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해 "지난달 백악관 측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가장 협조적인 나라가 일본, 둘째가 유럽연합, 셋째는 중국, 한국은 그 다음이라고 들었다”며 "상황이 변했을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문재인 정부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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