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과 북풍 타고 압승한 아베..내년 전쟁가능 국가 개헌 시도?

2017. 10. 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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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분열로 어부지리에 북한 위협론 효과
입헌민주당 분발했지만 '아베 1강' 대항 힘들어
일본 정치 보수화 리버럴 자처하는 곳 찾기 어려워

[한겨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열린 중의원 조기총선 승부수로 기사회생을 넘어 압승을 거뒀다. 23일 새벽 1시50분 개표 기준으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넘는 의석을 확보해, ‘아베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아베 총리가 일생의 과업으로 추진해온 개헌 시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후 체제는 물론 동북아 전체에도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올해 들어 ‘사학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빠졌으나, 지난달 말 중의원 해산 승부수를 던진 뒤 야권의 분열과 ‘북한 위협론’에 올라타며 압승을 거뒀다.

최근까지도 내각 비지지율이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일본 ‘리버럴’(진보)의 몰락과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 효과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중의원이 해산한 지난달 28일 민진당 이름으로 공천을 하지 않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대표로 취임한 신당 ‘희망의 당’에 합류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지지율이 6~7%대에 그쳤던 민진당은 내부의 보수파와 진보파 간 갈등이 심화되자, 선거를 앞두고 당을 사실상 해체해버렸다.

아베 총리의 대항마로 주목받은 고이케 지사의 희망의 당이 중심이 돼서 야권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우익 성향인 고이케 지사는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보장 법제에 찬성하지 않는 민진당 인사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했고, 민진당 내 진보파들은 에다노 유키오 전 관방장관을 중심으로 ‘입헌민주당’이라는 정당을 새로 꾸렸다. 이 결과 소선거구 289곳 중에서 여당 후보 1명에 야당 후보 여러명이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된 곳이 전체의 약 80%에 해당하는 226곳이나 됐다.

희망의 당은 합류를 결정한 민진당 출신 입후보 희망자에게 외국인 참정권 부여 반대, 헌법 개정 지지를 비롯한 8개항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는 등 사상 검증에 나서는 모습까지 보이며 ‘배제의 정치’로 실망감을 안겼다. ‘원전 제로’를 빼고는 개헌 찬성, 집단적 자위권법 지지 등 자민당과의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고이케 극장’이 실패한 고이케 지사는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다. 희망의 당은 38~59석을 얻는 데 그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지도부가 선거 기간 내내 북한 위협을 강조한 점도 보수층을 결집시킨 듯 보인다. 아베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1일 도쿄 아키하바라역 연설에서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두차례 발사했다”며 “북한이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설의 3분의 1가량을 북한 위협론에 할애하면서, “미-일 동맹을 강화한 자민·공명당 정권이 일본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건 구호가 “이 나라를 지켜내겠다”였다. 아키하바라에서 만난 40살 남성 유권자는 자민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역시 안보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선거 뒤 아베 총리는 ‘아베 1강 체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평화헌법 체제를 깨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개헌 일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시하는 방법으로 개헌을 강행하면, 동북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총선 압승으로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정치에서 안정을 확보한 아베 총리는 다음달 5일부터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비롯해 외교 문제에도 집중하면서, 대북 압박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은 계속 추진하되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비롯한 역사 문제 등에선 계속 우경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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