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 이스라엘 '비밀 방문설'

심진용 기자 2017. 10. 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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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지난달 네타냐후 만나” 보도…중동 정치 역학 변화에 주목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31·사진)가 지난달 초 비밀리에 이스라엘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함마드는 사우디 왕위계승 서열 1위다. 그의 이스라엘 방문이 사실이라면 중동 지역 정치역학 전체가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어서 주목된다.

영국의 중동 전문 온라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는 21일(현지시간)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가 전날 AFP통신에 무함마드의 이스라엘 방문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들이스트모니터는 이 관계자가 지난달 초 무함마드가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지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총리 외에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양국 정부는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 확인을 했다는 AFP통신도 관련 보도가 없다. 그러나 지난달 초부터 이스라엘과 아랍권 언론에서는 무함마드가 이스라엘을 찾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란을 적대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는다.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은 중동 패권을 놓고 다퉈온 오랜 앙숙이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을 경계한다. 무함마드의 이스라엘 방문이 사실이라면 이란에 맞선 양국의 관계 설정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무함마드가 왕세자 자리에 오르자 이스라엘 정부는 양국이 대이란 관계에서 국익을 공유한다며 네타냐후의 사우디 방문과 왕세자의 텔아비브 방문을 살만 국왕에게 요청한 바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경제협력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비밀회담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그동안 물밑에서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왔다. ‘반이란’을 내걸고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을 한 고리로 묶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도 보다 더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사우디 ‘미래의 국왕’이 이스라엘을 찾았다는 것은 파급력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다.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놓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은 오랜 숙적이다. 무함마드의 텔아비브 방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권 전체의 여론이 폭발할 수 있다. 분노한 민심이 지역 안정을 흔들고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무함마드가 대외정책에서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평가 속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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