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은 어떻게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나?

박준용 2017. 10. 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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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부상 등으로 허덕이던 나달이 올 시즌 그랜드슬램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지난 8월 21일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세계 1위에 복귀했다.
나달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14년 7월 이후 약 3년 1개월 만이다. 나달은 "세계 1위에 복귀한 것은 매우 특별하다"면서 "지난 몇 년간 부상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여전히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아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깊고 깊은 부상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해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달. 하지만 올 시즌 그는 프랑스오픈과 US오픈 우승 등 화려한 부활 날갯짓을 펼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어느 스포츠에서든 부상을 당한 후 과거의 화려했던 기량을 되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2005년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나달은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쉼 없이 뛰어다니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끈질긴 수비, 4000rpm을 넘나드는 강력한 포핸드 톱스핀 스트로크 그리고 패배를 모르는 투지로 그는 세계 남자 테니스를 지배했다.
특히, 나달의 공 지각과 반응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신경과학자 토마스 제셀 박사는 "나달에게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경기하든 공을 인식하는 초인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을 이미지로 두뇌에 실행 계획을 만든 다음 그의 두뇌가 그 계획을 몸 전체로 보내 행동에 적용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그의 능력은 세계 최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달이 공을 치기 위해 왼쪽, 오른쪽, 앞으로 또는 뒤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감지하는데 수 밀리 초(msec, 천분의 일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그의 인지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했던 체력과 스핀에 의존하는 나달의 플레이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2014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2015, 2016년 그랜드슬램에서 4강 이상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지난해에는 왼쪽 손목 부상으로 10월 상하이마스터스를 끝으로 한 달 일찍 시즌을 마친 나달에게 올 시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가 과연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등 많은 질문이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나달에게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나달은 성적으로 대답했다.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프랑스오픈에서 라 데시마(10 회 우승)를 달성했고 US오픈마저 휩쓰는 등 총 6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 때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3년 1개 월여 만의 1위 등극은 보너스였다.
나달이 한 시즌 6차례 이상 정상에 오른 것은 4년 만이었다. 나달은 올 시즌 전환점이 된 경기가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의 호주오픈 32강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경기에서 나달은 풀세트 접전 끝에 4-6 6-3 6-7(5) 6-3 6-2로 승리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시즌을 끝내고 몇 달 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만약, 즈베레프에 게 졌으면 나는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며 "올 시즌을 앞두고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실전에서도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힘든 경기 끝에 즈베레프를 꺾은 것이 나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나달은 지난 1월 즈베레프와의 호주오픈 32강이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사진= GettyImagesKorea
이어서 "내가 세계 1위 자리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때부터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부상과 힘든 순간은 물론이다. 하지만 나에게 테니스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수 있었다"며 "나는 즐겁게 훈련하고 또다시 경쟁을 준비한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동기는 목표에 의해 달성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나달과 함께한 카를로스 모야(스페인) 코치는 "나달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것이다"며 "내가 팀에 합류 했을 때 나달에게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기와 자신감으로 부상을 입지 않고 계속 훈련했다. 더 이상 나달의 플레이에 놀라울 것이 없다. 그는 항상 코트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한다. 그에 대한 나의 믿음은 견고하다"고 전했다.
#나달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은 비결은?
테니스를 향상시키는 일반적인 방법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나달은 지난해 12월 전 세계 1위이자 자신의 절친 모야를 새 코치로 영입하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실행했다.
나달이 테니스에 입문했을 때부터 함께한 코치이자 삼촌 토니 나달 외에 다른 코치를 풀타임으로 팀에 영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나달은 절박했다.
모야는 나달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가장 먼저 나달의 몸 상태와 경기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두 가지를 조련했다. 바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한 포인트 단축과 두 번째 서브였다.
올 시즌 나달의 부활을 이끈 모야 코치(오른쪽). 사진= GettyImagesKorea
모야는 수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것을 나달에게 주문했다.
그 결과 예전 베이스라인에서 한참 떨어져 플레이했던 나달은 베이스라인에 붙어 위력을 되찾은 포핸드로 한 박자 빠른 플레이를 하면서 포인트를 따는 시간이 단축됐다.
한 예로 올 시즌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우승하기까지 치른 7경기의 총 소요시간은 10시간 1분이다. 결승 상대 스탄 바브린카(스위스)는 총 15시간이었다.
모야는 "경기가 빨리 진행되면서 상대는 긴장하게 됐다. 여기에 나달 특유의 포핸드가 살아나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1위 크리스 에버트(미국)는 "올 시즌 나달의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더 빨라지면서 활기를 띤다. 그는 네트 플레이와 베이스라인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수비와 카운터펀치 위주의 플레이에서 공격적인 자세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달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두 번째 서브 개선이었다. 모야는 그립을 바꾸면서까지 나달의 두 번째 서브 속도를 끌어 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나달의 두 번째 서브를 포핸드와 함께 그의 주무기로 변신시켰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의 두 번째 서브 평균 속도는 시속 154km, 최고 속도는 시속 164km를 기록했다. 속도가 붙은 서브 덕분에 나달은 올 시즌 61.9%의 두 번째 서브 득점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간 ATP에서 가장 높은 득점률이다.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기록한 두 번째 서브 득점률 65%는 대회 평균 51%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한 프랑스오픈 7경기에서 나달의 두 번째 서브 평균 득점률은 74%였는데 이는 자신의 첫 서브 평균 득점률 72%보다 높다. 두 번째 서브가 개선되면서 첫 서브에서 브레이크 방어율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서브에서의 브레이크 방어율 역시 높아졌다.
나달은 두 번빼 서브 보완으로 부활의 기틀을 마련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나달은 "올 시즌 핵심 포인트는 두 번째 서브다. 개선된 두 번째 서브로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서브 득점률 1위는 투어에서 매우 중요한 통계라고 생각한다"며 "두 번째 서브를 더 강하게 넣으려고 한다. 결과가 좋으면 좀더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올 시즌 서브가 완벽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모야는 "10년 전과 지금의 나달 몸 상태는 매우 다르다. 이제 그는 31세이며 신체조건과 특성이 10년 전과 같지 않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방법이 바로 서브였다"면서 "나달의 서브를 보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서브가 속도를 더해지면서 공격할 시간이 더 많아졌고 첫 서브에서 좀 더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ATP투어 파이널 첫 우승까지?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레이(영국)에게 있지만 나달에게 없는 것이 있다. 바로 ATP투어 파이널 타이틀이다.
이 대회는 세계 8위까지만 출전하는 시즌 최강자전으로 올 시즌 대회는 11월 12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페더러는 총 6차례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코비치는 5차례 우승했다. 빅 4중 기량이 가장 떨어진다는 머레이도 지난해 우승했다.
반면, 나달은 이 대회에 7차례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2010년과 2013년에 기록한 준우승일 정도로 우승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가장 먼저 출전권을 획득한 나달은 올 시즌 상승세를 투어 파이널까지 기세를 이어 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영원한 라이벌 페더러를 넘어서야 한다. 지난 7월에 출전을 확정지은 페더러 역시 올 시즌 호주오픈과 윔블던 정상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나달은 페더러와의 통산 상대전적에서 23승 15 패로 월등한 우위를 보이지만 올 시즌 네 차례 대결에서는 모두 패해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롤랑가로스 정상에 오르며 세계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그랜드슬램 10회 우승을 차지한 나달. 사진= GettyImagesKorea
나달이 올 시즌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몸의 회복, 빠른 플레이 스타일로의 전환, 서브 개선이지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인 나달의 용기다. 현재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출발하는 변화는 욕구가 부족하거나 방향을 잘 못 잡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나달과 같이 세계 정상을 밟아 본 베테랑 선수가 변화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오랫동안 몸에 밴 익숙 한 습관을 버리는 혹독한 고통을 겪으며 변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나달의 도전 정신은 그가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보다 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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