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의료·양육비 큰 부담.. 왜 관심에서 멀어지나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입력 2017. 10.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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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바이러스 접종지원 제한에 건보확대 요구 많지만 당국 외면 "다태아 제외는 현실무시 정책"
이른둥이를 둔 가정 절반은 소득이 평균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른둥이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기가 태어난 후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한 번, 그 후 외래 진료에서 한 번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을 받았죠. 그런데 10월에 다시 받으려는데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라고 해요. 정기검진에서 호흡기질환으로 치료받은 내역도 있고 한데 100% 본인부담이죠. 호흡기가 아직 약한 이른둥이다 보니 비용부담이 있죠.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잘 생각해보라곤 하셨는데 정부가 좀 더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2월 29주만에 이른둥이(미숙아)로 아이를 출산한 A씨의 말이다.

지난 2014년 1월 25주차에 680g의 이른둥이를 출산한 B씨는 “손위에 형제가 있어서 RS바이러스 예방주사를 접종했었는데, 나중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비용부담이 커서 못 맞았다. 그러다가 폐렴 때문에 아이가 굉장히 고생을 했다”며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아이가 태어난 후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산정특례 대상이 됐고, 10% 본인부담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변 이른둥이 엄마들을 보면 재활센터 치료나 다른 검진과 예방접종이 본인부담일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른둥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라에서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재태기간 37주 미만 출생 시 미숙아 또는 조산아라고 하고, 몸무게가 2.5㎏ 이하로 태어난 경우 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미숙아라는 말 대신 한글 이름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40만62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30만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돼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이른둥이 출산율은 증가 추세다. 2004년 이른둥이 출생아 수는 2만1749명, 2007년 2만5286명, 2011년 2만8097명이었다가 2015년에 3만40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여전히 의료비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실제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이른둥이 부모 539명, 일반아 부모 424명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 실태 및 부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른둥이 가정 두 집 중 한 집 이상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보다 적게 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평균소득이 399만원 이하인 이른둥이 가정은 전체의 53%였다.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약 442만원(통계청 2016년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보다 낮은 수치다.

이른둥이는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장기 발달이 미숙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종 합병증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른둥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저혈당증, 뇌출혈, 이른둥이 망막증, 신부전, 신생아 패혈증, 빈혈, 체온조절 미숙 등이 있다. 특히 호흡기와 폐 관련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신생아학회 조사에 의하면 이른둥이 재입원 원인 중 호흡기 감염(37.7%), 수술(18.1%) 순이었다.

특히 RS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경까지 유행한다. 12개월 이하 영유아 대부분이 한번 이상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다.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보다 사망률이 10배나 높을 정도로 위험성도 높다. RS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대다수의 아이들은 자연 치유되지만 문제는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면역이 약한 이른둥이 등 고위험군 아기들이다.

앞선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른둥이와 같은 고위험군 아기에게 필요한 RS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정부가 지난해 ‘미숙아·신생아 진료보장 강화 및 분만인프라지원’을 통해 올해부터 이른둥이 대상 외래진료비 경감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RV바이러스 예방접종의 경우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RS바이러스 예방 주사 보험급여 대상을 ‘RSV 계절에 출생해 손위형제자매가 있는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와 ‘혈류역학적으로 유의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만 24개월 미만(24개월+0일) 영유아’로 확대했다. 하지만 외동이나 다태아(쌍둥이)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올해 신생아학회 조사에 의하면 이른둥이와 같은 고위험군 아기에게 필요한 RS 바이러스 예방 접종의 경우 ‘(손위형제자매 유무의 제한없이) 다태아나 외동인 이른둥이에게도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5.8%로 높았다. 특히 이른둥이는 4명 중 1명이 다태아(25%)로 태어나는 등 다태아 비중이 월등하게 높음에도 보험 대상에서 다태아를 제외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강한 모든 영유아의 호흡기 건강을 위한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올해는 6∼59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감 예방접종도 무료로 지원하면서, 건강 취약층이자 예방이 절실한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신생아학회 김병일 회장은 “이른둥이는 생후 2∼3년 적극적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른둥이를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함께 키운다는 책임감과 국가적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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