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은 아이 보듬는 '법원의 가정방문'

2017. 10.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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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일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초인종을 울리자마자 유라(7·가명)의 고사리손이 강은숙(50)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을 끌어당겼다.

법원은 후견 업무에 지친 성년후견인이나, 부모의 죽음 또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뒤 후견인에게 맡겨진 미성년자녀를 상대로 방문상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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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에 맡겨진 아이들 대상
서울가정법원 '찾아가는 상담'
집에 찾아가 아픔 어루만지고
후견 업무 지친 성년후견인에도 확대 방침

[한겨레]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아동상담위원

“선생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일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초인종을 울리자마자 유라(7·가명)의 고사리손이 강은숙(50)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을 끌어당겼다. 긴 추석 연휴 뒤 2주 만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린 눈치였다. 지난 2년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잇따라 잃은 유라는 외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부모가 없는 탓인지 친구들이 집에 잘 안 온다고 해요. 상담 마치면 또 언제 오느냐고 전화가 와요.” 강 위원이 “손풍선을 그리고 소원을 적어보자”고 말하자 유라는 색연필로 꾹꾹 눌러 적었다. “할머니랑 동생,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유라의 외할머니는 “애들이 추석 때 울적해 했는데, 상담이 가까워지자 부쩍 밝아졌다”고 했다.

유라네는 서울가정법원이 지난 5월 도입한 ‘찾아가는 심리상담’ 1호 가정이다. 법원은 후견 업무에 지친 성년후견인이나, 부모의 죽음 또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뒤 후견인에게 맡겨진 미성년자녀를 상대로 방문상담을 시작했다. 후견가정의 신청을 받아, 법원에서 위촉한 상담위원이 가정을 직접 찾아가 밀착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1~2주에 1번씩, 모두 3차례 방문하고, 필요한 경우 연장할 수 있다. 갑작스레 부모를 잃은 유라네 역시 양육환경까지 살피는 방문상담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강은숙 상담위원은 전국 법원의 ‘1호’ 아동상담위원이다. 아동상담사로 16년째 일하던 지난 2008년 수원지법 안산지원 가사상담위원으로 위촉된 이래, 지금껏 이혼 과정에서 자녀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10여년간 서울가정법원, 인천지법 등 그의 손을 거친 가정만 해도 1천여 곳에 이른다.

아동상담 25년차 ‘베테랑’인 그에게도 미성년후견 사건은 여전히 쉽지 않다. “부모와 사별하거나 이혼을 겪은 아이는 자신을 ‘환영받지 못하는 짐’으로 생각하곤 해요. 곁에서 꾸준히 얘기를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죠.” 유라 할머니에게 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놀이방법을 알려주는 등 후견인에게 ‘팁’을 건네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첫 방문 땐 할머니 얘기를 주로 듣고, 점점 아이들의 상실감에 집중했어요. 부모 언급을 피하던 애들이 이제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조금씩 털어놓더군요.” 친권자와 헤어지는 ‘골든타임’에 개입해 애도를 돕는 것이 방문상담의 장점이라고 강 위원은 말했다.

앞으로 법원은 미성년후견뿐 아니라 성년후견 가정의 방문상담도 확대할 계획이다. 치매노인 등을 상대로 한 업무에 지친 후견인 역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방문상담을 하겠다고 지원한 상담가가 41명이나 있고, 최근엔 상담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 전현덕 조사관은 “방문상담을 경험한 가정에서 상담 연장을 신청해오는 등 반응이 좋다. 아직 미성년후견만큼 신청건수는 많지 않지만, 무기력을 호소하는 성년후견인에게도 개입해 ‘지속가능한 후견’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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