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안보위협에 흥한 아베, 경제실책이 안보위협 되나(종합)

김신회 기자 2017. 10.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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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에 중의원 선거 압승 '기사회생'..개헌·소비세율 인상·원전 재가동 탄력 전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21일 일본 도쿄에서 마지막 유세 중에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FPBBNews=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치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에 따라 개헌, 소비세율 인상, 원전 재가동 등 그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러나 사학비리 스캔들 등으로 누적된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과 그의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세율 인상 등에 따른 경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베, '북풍'에 기사회생…'최장수 총리' 등극?

아베 총리의 압승은 북핵 위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사학비리 스캔들 등의 영향으로 지난 7월 20%대까지 추락했다. 같은 달 치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북핵 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지지율이 40%대로 회복된 틈을 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승리로 아베 총리의 3연임 행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그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최대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2006년 9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이어진 1차 정권까지 포함하면 아베 총리의 집권 기간은 약 10년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오래 정권을 유지한 총리는 1900년대 초에 8년 가까이 집권한 가쓰라 타로다.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젊은 층의 후한 평가도 이번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는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투표권이 확대된 뒤 치러진 첫 선거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18~19세 연령층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5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사히 신문도 18~25세 젊은 층의 자민당 지지율이 41%로 다른 당을 앞질렀다.

◇개헌·소비세율 인상·원전 재가동 '탄력'

이번 승리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이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북핵 위기를 배경으로 개헌을 포함한 안보개혁에 속도를 낼 태세다. 아베 총리는 전쟁과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헌법 9조 1·2항, 이른바 '평화헌법'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해왔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인상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4년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한 그는 예정대로 2019년 10월에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전 "사회보장비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소비세율 추가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근거로 사립 고등학교 무상화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당초 2020년으로 못 박은 기초재정수지 흑자 전환 시기는 현 시점에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집권하자마자 전임 민주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추진해온 원전 재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베 정권은 오는 2030년까지 원전을 통해 생산하는 전력의 비율을 현재 2%에서 20~22%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5기에 불과한 재가동 원전을 30기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 유임 반대론, 경제 역풍 우려도

그러나 아베 총리의 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총리의 유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서는 반대의견이 51%에 달했다. 아베 총리의 유임을 바란다는 이는 34%에 그쳤다.

소비세율 인상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1차 소비세율 인상 직후 일본 경제는 소비 부진 여파로 2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급기야 아베 총리는 2014년 말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율 추가 인상 시기를 올 4월로 미루고 재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했다. 지난해에는 2차 소비세율 인상 시기를 다시 2019년 10월로 2년 반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안보개혁에 주력하다가 구조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장기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지만 성장세는 아직 취약한 상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2013년 4월부터 통화부양 공세에 나섰지만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0.7%(전년동기대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본다. 문제는 구조개혁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저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공공부채가 이미 GDP(국내총생산)의 250%를 넘어섰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에 점점 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갈수록 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위협이 일본 유권자들의 시선을 경제에서 안보로 돌려놓은 게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문제가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신혜리 기자 hye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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