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 연말까지 안 쓰면 날아갑니다

이기문 기자 입력 2017.10.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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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카페·편의점·영화관 등 통신업체 제휴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 통신회사 멤버십 포인트 소진 시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통신회사 포인트는 마일리지처럼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 연초에 일괄 지급하고 연말에 소진된다. 예컨대 5월에 새로 가입한 고객도 포인트를 그 해 안에 소진해야 한다. 통신회사들은 고객의 요금제에 따라 1년에 4만~12만 포인트를 부여한다. 1포인트는 현금 1원에 해당한다. 자신의 포인트는 통신회사 홈페이지에서 멤버십에 가입하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잘 모르고 포인트를 날려버리는 소비자가 많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통신회사 멤버십 포인트의 59.3%가 유효기간 안에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잔여 포인트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해마다 연말까지 쓰지 못하고 폐기 처분된 멤버십 포인트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해마다 쓰지 않은 포인트가 소멸되는 것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잔여 포인트를 다음 해로 넘기거나, 통신비 결제에 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막대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혜택을 더 늘릴 여력이 없다"고 난색을 표한다.

◇연말이면 소진되는 포인트… 혜택도 갈수록 줄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이통 3사의 멤버십 혜택은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통신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해온 혜택 99건 가운데 64건이 할인율이 줄거나 서비스의 범위가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혜택이 확대된 경우는 22건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지난 8월 준오헤어에서 받을 수 있는 할인액을 기존 15%에서 10%로 줄였다.

패밀리레스토랑 할인도 등급에 따라 10~20% 할인을 5~15% 수준으로 낮췄다. KT는 지난달 외식업체 라그릴리아와 디퀸즈, 편의점 미니스톱과 제휴를 끝내면서 멤버십 혜택도 사라졌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멤버십을 이용해 받을 수 있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사이즈를 중간급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변경했다. 영화관 CGV·롯데시네마에서 두 달마다 한 번씩 제공하던 무료 영화 예매도 3000원 할인으로 축소했다.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매출 성장세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우수 고객 중심으로 멤버십 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보조금을 써서 새 고객을 끌어오는 것보다는 핵심 고객을 지키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면서 "통신업체들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한 장기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서비스를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체들 "포인트는 마일리지가 아니라 제휴 할인 제도"

녹색소비자연대는 "멤버십 포인트는 소비자 혜택인 만큼 남은 포인트를 다음 해에 쓸 수 있게 하든지, 통신요금 납부나 데이터 구매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월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실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멤버십 포인트와 관련)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표준약관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업체들은 시민단체의 공세에 난처한 입장이다. 통신업체들은 멤버십 포인트가 일부 신용카드나 OK캐시백처럼 포인트를 적립해 결제하는 '마일리지'가 아니라, 제휴사를 이용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휴 할인 개념이라고 해명한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 혜택 가운데 연 4회 놀이동산 50% 할인 혜택을 고객이 전부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카드사가 이를 환급해줘야 할 의무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정책으로 인해 멤버십 서비스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9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택 약정 할인율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오는 12월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비 추가 감면도 시행한다. 통신업체들로서는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한 셈이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통신비 인하로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멤버십 혜택을 늘릴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