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弱원전이 국민뜻인데..계획했던 원전 6기는 백지화

고재만,이재철 입력 2017.10.22. 18:06 수정 2017.10.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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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폐로 결정 월성 1호기 포함 11기 수명연장없이 문닫아..신재생에너지 드라이브 지속
4차산업혁명시대 전력수요 원전수출 지원책 고민할 때

◆ 정부 탈원전 로드맵 ◆

지난 20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를 통해 압도적인 차이로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가 결정된 이후에도 정부가 탈(脫)원전·탈석탄·신재생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급격한 전력 수요 확대 가능성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가진 한국형 원전 수출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탈원전 속도를 조절하라는 '약(弱)원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통해 석 달간 공사가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의결하고 한국수력원자력에 관련 공문을 보내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육성 등 에너지 정책 전환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와 함께 정부에 '원전 축소'를 권고한 것도 이 같은 명분을 더 살려줬다는 분석이다.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 의견은 53.2%로, 원전 확대 의견 9.7%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부는 24일께 이번 공론화위 권고안에 포함된 원전 축소를 비롯해 원전 안전기준 강화, 원전 관리 투명성 확대, 원전 해체 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내용을 담은 '탈원전 로드맵'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원천 축소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불허가 핵심이다.

문재인정부 이전에 확정됐던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경북 영덕 천지 1·2호기,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아직 용지와 이름이 결정되지 않은 2기 등 모두 6기다. 문재인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국정감사 업무보고 등을 통해 이들 6기 건설계획을 모두 백지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천지 1·2호기는 지난 6월 환경영향평가 용역과 용지 매입을 중단했고, 신한울 3·4호기 역시 지난 5월 설계용역을 취소했다.

현재 설계수명을 한 차례 연장해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인 월성 1호기는 조기 폐로되고,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들은 수명 연장 없이 폐로 운명을 맞게 될 전망이다.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 10기로, 이 중 가장 먼저 수명 만료가 도래하는 원전은 고리 2호기(2023년)다. 수명 만료일이 문 대통령 임기 이후지만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 수명 연장 불허를 못 박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이 재개되는 신고리 6호기(2023년 준공 예정)가 마지막 원전이 된다면 설계수명 60년이 지난 뒤인 2083년 한국에서 원전은 사라지게 된다.

정부 계획에 따라 월성 1호기를 포함해 노후 원전 11기가 순차적으로 폐쇄되면 사라지는 원전 설비 용량은 모두 9.7GW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차지한다. 건설이 재개되는 신고리 5·6호기와 곧 가동되는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의 설비용량이 7.0GW에 달하기 때문에 모두 폐쇄하더라도 실제 줄어드는 용량은 전체의 2.5% 수준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향후 전력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논리까지 더해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발전과 통일 시대 대비 등 향후 전력수요가 예상 외로 급증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형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력이 부족하게 되면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된다"며 "전력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수요 등을 대비해 수요예측을 넉넉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이번 시민참여단 결정은 정부가 급격한 '탈원전' 대신 전문가와 국회 등을 포함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약(弱)원전'을 하라는 의미"라며 "정부 독단의 일방적인 추진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원전 폐쇄에만 속도를 낼 게 아니라 대통령을 최고책임자로 하는 원전 수출 지원기구를 설립해 원전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민간 발전사가 추진하는 친환경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정부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탈석탄'에도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석탄화력은 민간 발전사인 포스파워의 삼척화력 1·2호기와 당진에코파워의 당진에코 1·2호기 사업 인허가 여부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모두 지난 정부 때 추진된 사업들로 새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로 인해 갑작스럽게 "석탄이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포스파워의 경우 이미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한 데다 사업 구조상 삼척시에서 LNG 전환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진에코파워 역시 이미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 상태여서 정부의 일방적인 전환 압박에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탈황·탈집진 기술을 적용한 사업인데 정권이 바뀌면서 갑자기 석탄화력 전체가 사회적 폐기물처럼 취급받고 있다"며 "국가 에너지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착수된 프로젝트를 중간에 멈추면 어떤 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고재만 기자 /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