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가동 제한.."뭐하러 설치했나?"

파이낸셜뉴스 2017. 10.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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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꺼놓을거면 뭐하러 설치했나요"
"타는 사람도 없는데, 전기료 아껴야죠"
전기료는 곧 세금
에너지 절약 정부시책 따라 출퇴근 시간 외 가동 제한
이래서 지하철 타겠나
계단 앞 할머니들의 '한숨'대중교통 불편하단 인식 커
균형 맞춘 접점 찾아야
상시가동해도 하루 1만5천원.. 전기료만큼 편의 고려해야

"어차피 꺼놓을거면 뭐하러 설치했나요"
"타는 사람도 없는데, 전기료 아껴야죠"
전기료는 곧 세금
에너지 절약 정부시책 따라 출퇴근 시간 외 가동 제한
이래서 지하철 타겠나
계단 앞 할머니들의 ‘한숨’대중교통 불편하단 인식 커
균형 맞춘 접점 찾아야
상시가동해도 하루 1만5천원.. 전기료만큼 편의 고려해야

#. 소일거리를 하기 위해 인근 시장으로 출퇴근하는 주부 A씨(73)는 매일 오후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최근 한 번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못했다. 시간에 따라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A씨가 이용하는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는 평일 오전 7시에서 10시,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만 운행된다. 주말과 공휴일은 아예 가동이 중지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러려니 하면서도 '하루에 5시간만 운행할거면 굳이 에스컬레이터를 비싸게 왜 설치했나'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지하철 9호선 한 역에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서 있다. 가동이 중단된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정부 에너지 절약 대책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오전 7∼10시, 오후 6∼8시에만 운행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대중교통을 타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지하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그러나 운행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각 역사에서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운영 시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의 운영 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인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동을 제한하는 건 '지하철을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에 대해 지하철 역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등은 "시민 편의와 에너지 절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중교통 편하다' 인식 심어줘야 하는데 전기료 생각만"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1명이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84만원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불편함을 느끼고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1명 늘어날 때마다 서울시는 해마다 84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지하철 이용 편의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에스컬레이터 전기료는 얼마일까. 1시간 에스컬레이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11㎾ 모터가 사용된다. 산업용 시간당 전기료는 ㎾당 75원, 에스컬레이터를 1시간 운행했을 때 825원의 전기료가 부과된다. 24시간 내내 가동했을 경우 전기료는 1만9800원이다. 대부분의 지하철역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문을 닫는 것을 고려하면 지하철역이 열려있는 시간에 계속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해도 하루에 1만5000원 정도의 전기료가 든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1645개. 1년간 매일 18시간 가동할 경우 89억원 정도의 전기료가 부과된다. 이는 서울시민 1만615명의 교통혼잡비용이다.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하루 700만명이 넘는 이용객이 불편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전체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임승차를 근절하는 게 수익성 개선에 더 효과적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1∼9호선의 당기순손실 3917억원 중 3623억원이 법정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에 따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직장인 이모씨(31)는 "'대중교통은 편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자가용 이용도 줄고 에너지 절약도 된다"며 "'장식용 에스컬레이터'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에너지 절약을 하는 게 맞나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에스컬레이터의 잦은 고장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부 김모씨(54)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고장 나 다른 곳으로 돌아갈 때가 많다"며 "설치할 때도 수개월 동안 출구를 이용하지 못했는데, 설치 이후에도 크게 편해진 것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시민 편의와 에너지 절약 균형 맞춰 운영 중"

지하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운영은 역장 재량에 맡긴다. 역별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은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몇몇 상황들이 겹치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부 시책 등에 따라서 역별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승객들이 도보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사 길이가 10m 이상의 상행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영업시간에 상시 운행한다. 또한 교통 약자를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무조건 상시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인지센서를 갖고 있어 승객이 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멈춰 영업시간 상시 가동을 해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장이 잦다'는 지적도 통계수치상으로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고장 건수는 445건. 하루 1.6건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1~8호선 지하철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수(1645대)를 고려하면 많지는 않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모든 승강기가 받아야 하는 월 1회 정기점검과 겹치다 보니 이용객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안전지킴이'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울 지하철 1∼9호선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고장 정보를 이용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앱에서 역을 지정하면, 출발역 입구부터 도착역 출구까지 승강기를 이용한 이동 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며 "이용해야 하는 승강기가 점검 중이거나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됐다면 우회해 갈 수 있는 경로도 함께 제공한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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