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연의 외교탐구] 아베처럼 아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입력 2017. 10. 22. 15:22 수정 2017. 10.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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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신조, 네 생각은 어떠니”, “도널드, 너무 걱정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밀월(密月)관계’는 세간에 익히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성(姓)이 아닌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언급했을 때 일각에서 “아베 아첨(flattery)외교의 승리”라는 웃픈(?) 평가가 나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될 수는 없다= 여러모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전략을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다. 맞지 않는 취미를 억지로 맞춰가며 친밀감을 과시하려 했다간 되레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서로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오랫동안 앉혀놓는다고 해서 사이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두 정상은 서로의 다른 스타일을 지난 6월과 9월 확인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너무나 극적으로 달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정상 간 친밀도’가 한 국가의 외교정책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한 정상의 개인적인 선호도가 외교정책을 좌우지했다면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는 진작 철회됐을 것이다. 양국 외교안보 실무진들 사이의 친분관계도 정상 간 ‘불협화음’을 상쇄시킬 수 있다. 한 일본 소식통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가 돈독하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며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타 백악관 NSC 보좌관과의 관계가 ‘트럼프-아베’만하지는 않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상 간의 ‘찰떡궁합’은 국익에 따라 연출되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관계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방일(訪日) 당시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를 경계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이 첨예하게 달라 갈등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했다. 오바마 정권은 중국의 패권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피봇투아시아’(Pivot-to-Asia)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아베 총리와의 밀월관계를 의전 상으로 드러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래도 ‘할 말’은 누울 자리 봐 가며 해야 한다= 할 말을 하더라도 적절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속 시원하고 화끈한 외교보다는 우리의 국익을 우회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계산적이고 전술적 외교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북 선제타격 발언에 직접적 우려를 표명하기보단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지지한다”면서도 “군사적 수단은 외교적 수단을 보완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외교라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이견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적 통일을 로드맵을 동시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당장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미 간 이견충돌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아첨’하지 않더라도 전략없는 비난을 가해서는 안된다. 부주의한 정보유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약하게 할 뿐이다. 북핵 위협에 미 전략자산을 단기적 대응방안으로 삼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트럼프의 강경 레토릭에 대한 대응보단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 조기마련이 미국의 국익이라는 걸 납득시키는 전략구상에 우리 외교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주권이 보장된 하나의 국가가 동등한 관계에 있는 국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이 답답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지 못하는 현 정부가 보기 싫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가지고 투정부리기엔 여유가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답답한 ‘마음’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결과’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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