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노동 대신하는 미래엔 근로시간 재분배가 큰 과제"
"권태란 창조 위한 필수 요소. 생산성 향상위해서도 근무시간 줄여야"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중"
네덜란드의 젊은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29)이 그의 책『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김영사)에서 한 주장이다. ‘기본소득’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먼저 출간되고 지난 2월 영미권에서 번역돼 나오자마자 ‘돌풍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티븐 핑거,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석학들이 격찬했고,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25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브레흐만을 서울 가회동 김영사 사옥에서 만났다.
-책이 나오자마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나 자신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시대가 변하고 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기존의 보수·진보의 사상은 이제는 현 사회 문제에 그 어떤 해결책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다른 세상을 꿈꿀 때가 된 것이다.”
-현재 ‘기본 소득’과 '근로시간 단축'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 등 심리적인 저항이 크다. “그동안 인간의 삶을 지배했던 극도의 빈곤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고, 기술과 세계화 덕분에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중대한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경제 발전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진보란 무엇인가.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도 기본 소득제도가 보수·진보 진영 모두에게 좋은 타협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057시간( 2013년 기준)으로, OECD 국가 평균( 1706시간)보다도 훨씬 많은데.
“한국이야말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더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근무 시간을 줄여야 한다. 자유시간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나. ‘권태’는 창조활동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진정한 여가는 사치도 악덕도 아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가족, 공동체 생활 등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긴다. 내가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을 것이다.”
-근로 시간을 단축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나.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고 어떻게 21세기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구 온난화·실업·성 평등·스트레스 등등. 20세기에 '부의 분배'가 중요한 과제였다면,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할 미래엔 '근로시간의 재분배'가 큰 과제다. 근로 시간이 긴 나라는 성 평등 순위에서도 하위인 나라가 많다.”
-기본소득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진짜 걸림돌은 돈도,기술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다. 여러 면에서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됐고, 과학적인 증거도 많이 축적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적응해야만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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