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임용 절벽 피해자끼리 상처주는 세태 '씁쓸'

송민섭 2017. 10. 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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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국영수는 20∼30대 1인데."

오는 23∼27일 원서를 접수하는 2018학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 중 하나다.

지난해 전국 교원 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10.7대 1이다.

일부 중등 임용시험 준비생은 지난 8월 초등교원 '임용절벽' 논란 때 "그깟 1∼2대 1 경쟁률을 갖고서"라며 교대생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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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불안 시대 우울한 예비교원들 / 중등 시험 준비생 "경쟁률 최고 30대 1 육박".. 예전 같은 상황서 교대생 향한 비판 떠올라 / 경쟁률 차이 '교사 열정' 의미하진 않아 / 교원정책 실패가 원인.. 서로 힐난 말아야

“에휴∼. 국영수는 20∼30대 1인데….”

오는 23∼27일 원서를 접수하는 2018학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 중 하나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최근 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최종 공고한 공립 중·고교 교사 정원은 전년보다 402명 늘어난 4468명이었다는 기사였다.

상대적으로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보다는 보건·영양·상담 등 비교과가 늘어 평균 경쟁률은 예년과 비슷한 10대 1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담았다.

전망의 근거는 차고 넘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교과 교사를 전년보다 100명 더 많은 707명을 뽑는 반면 비교과 교사는 165명 더 늘어난 259명을 선발한다. 경기도교육청도 마찬가지. 교과 교사(1394명)는 전년보다 248명 늘리는 데 그쳤지만 비교과(480명)는 372명 증원했다.

주요 과목의 경우 경쟁률이 30대 1에 육박한다는 하소연도 결코 빈말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 교원 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10.7대 1이다. 하지만 국어의 경우 375명 모집에 8027명의 응시자가 몰려 2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어는 20.8대 1, 수학은 14.6대 1이었다. 2014∼2015년 역시 비슷한 추세다. 교과 전체 평균 경쟁률은 2014년 8.6대 1, 2015년 9.4대 1이었지만 국어는 각각 14.2대 1, 18.5대 1이었다.

비교과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서울지역 보건 교사 임용 경쟁률은 59명 모집에 481명이 지원해 8.6대 1을 기록했다. 15명을 모집한 전문상담 교사 경쟁률은 6.9대 1, 영양 교사는 13.7대 1(3명 모집에 41명 지원)이었다.

모집단위별 경쟁률이 천차만별인 것은 응시자격을 갖춘 예비교원 수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등 교원자격증 취득자가 가장 많은 과목은 영어로 2872명이었다. 국어 2급 정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2119명, 수학은 1856명이었다. 주요 과목마다 매년 수천명의 사대 졸업자가 나오지만 선발인원은 한 해 400명도 채 안되니 경쟁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공무원시험과는 비교도 안되는 경쟁률에 뭐가 그리 불만이냐’는 댓글에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는 시험과 단순 비교를 해서는 안된다”고 답글을 남겼다.

임용시험 경쟁률이 50대 1을 넘나드는 국가공무원 7·9급 공채 시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 그간 들인 공이나 고민의 시간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잣대는 밖은 물론 안으로도 향해야 한다는 게 사대 출신 기자의 생각이다. 일부 중등 임용시험 준비생은 지난 8월 초등교원 ‘임용절벽’ 논란 때 “그깟 1∼2대 1 경쟁률을 갖고서…”라며 교대생들을 비판했다.

그렇지만 따져보면 다른 직종 취업 기회가 열려 있는 사대와 달리 교대 출신이 교직 외 다른 직업을 얻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교과와 비교과, 입시와 비입시 과목의 경쟁률 차이가 학생을 향한 열정의 무게나 교사로서 자질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 교육학자는 임용절벽 사태의 해법을 묻는 기자에게 “학령인구 감소라는 프레임부터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국방부가 전체 운용 병력이나 사관학교 정원에 대한 재량권을 갖듯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 교육 또한 자체 정원·예산 편성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때는 “너무 극단적인데요”라며 웃어 넘겼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임용절벽’과 ‘고용불안’의 시대, 정부 정책 실패 피해자들끼리, 엇비슷한 예비 교원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요즘 분위기가 떠올라서다. 다음달 임용시험을 치르는 모든 응시생의 건투를 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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