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현장+] 인도 위 무법자 배달 오토바이·따릉이·전동기..보행자 안전은 '심각'

김경호 입력 2017. 10. 22. 15:01 수정 2017. 10. 2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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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때 면 ‘따릉이와 전동기’ 인도 점령 / 오토바이의 인도주행은 항상 문제로 지적 / 인도 주행 범칙금 4만 원 뿐…그마저 단속도 없어 / 단속을 확대·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20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한 중년 부부와 손자로 보이는 어린아이와 함께 인도를 걷고 있다. 프렌차이즈 배달 오토바이가 그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인도를 걸을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언제 어디서 전동기·따릉이·오토바이가 나타날지 몰라요. 부딪히면 나만 손해죠. ‘인도의 무법자’죠. 배달 오토바이 난폭운전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또, 퇴근 시간만 되면 ‘따릉이’까지 인도를 점령합니다. 특히,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이 안 된다니깐요”

◇ 배달 오토바이 ‘인도’사고…해마다 늘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도. 배달대행업체나 가맹점 업체가 상가 앞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있었다. 지하철 입구와 상가 사이 좁은 인도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붐비는 인파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배달원이 낡은 오토바이로 요란한 소음을 내며 시동을 켜는 순간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놀라게 했다. 순간 오토바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 순식간에 인도를 덮쳤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사고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 배달을 나서는 장면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상황만 다를 뿐 위험한 장면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 없이 당연하듯 넘나드는 배달 오토바이는 이제는 익숙한 장면. 주문 시간과 건수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다 보니 빨리 배달을 끝내야 하는 압박감이 사고 위험을 더욱 노출 시키고 있다.

경찰청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사고는 총 1만3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륜차 사고는 2013년 1만433건에서 2014년 1만1758건, 2015년 1만2654건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오토바이의 인도 주행은 항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인도로 이동할 때는 운전자가 내려 끌고 가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토바이가 인도로 주행하는 것은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 엄연히 도로교통법 13조 1항에는 보·차도 통행위반을 명시해 금지하고 있다. 배달이 급하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및 상가, 공원 등 곳곳에서 오토바이 운행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프렌차이즈 매장 앞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에 주차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은 인도 주행 적발 시 범칙금 4만 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에는 11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돼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이 부과될 수 있다. 보행자의 안전은 아랑곳없이 위험천만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모습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738만 명을 넘어섰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5%를 차지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 것보다 배달해서 먹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앱 사용 등 배달음식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예측된다.

◇ “‘인도’는 불안과 긴장감의 연속” vs “인도에서 타는 것이 어때서”

어두운 퇴근 시간 때만 되면 인도는 ‘따릉이’로 넘쳐난다. 그뿐만 아니라 ‘전동기’ 까지 인도를 점령한다. 배달 오토바이 까지 더해져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소리 없는 전동기가 옆으로 “쌩”하고 지날 때면 ‘섬찟’ 함마저 든다. 무분별하게 인도를 질주하는 ‘따릉이와 전동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20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프렌차이즈 배달 오토바이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따릉이를 탄 한 시민은 인도에서 주행하고 있다.


개인용 전동기가 길이나 공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엔 가격이 높아 마니아층에만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엔 100만 원 이하의 저가형 제품도 출시되면서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이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사고도 느는 추세다. 2014년 40건에 불과했던 사고는 지난해 137건으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중상사고 비율도 10.8%로 높은 편이다. 전동기 속도는 20~40km에 이른다. 빠른 속도로 운행하기 때문에 지나는 보행자와 부딪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손자와 함께 인도를 걷는 한 중년 부부는 “조그마한 전동기를 타는 것은 좋은데…. 안전을 생각하면 타아지…. 귀도 어둡고, 소리도 잘 안 들리는데…. 뭐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지…. ‘전동기’가 ‘툭’ 치고 지나간 적이 있어 볼 때마다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젠 나이도 있고 잘 낫지도 않는데,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뻔했느냐”면 혀를 차며 언성을 높였다.

버스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김 씨는 “알아서 피하는 수밖에 없어요. 단속하는 것은 본적도 없다”며 “퇴근 시간 때면 ‘따릉이’ 부대가 마구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장면을 매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야 지나가는 전동기를 피할 수가 있지만, 장애인이나 나이 드신 분, 어린아이들이 다칠 수가 있어서 그게 염려스럽다”고 인상을 쓰며 덧붙였다.

20일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인도에 각종 적치물과 불법 홍보물 쌓여 있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출·퇴근을 ‘따릉이’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사고 난적도 없다. 인도에서 타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타는 것도 아니고, 만약 사고 나면 책임을 지면 되는 부분이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부분 자전거 교통사고는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어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반복된 계도활동과 적극적인 단속이 보도 주행 근절의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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