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유치 위해 북미 전역이 들썩..'제2의 시애틀' 누가 될까

김남희 기자 2017. 10.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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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고용 약속을 지킨다면 70억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특별법을 제정해 앞으로 10년간 최대 10억달러의 감세 혜택을 주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아마존의 생명선은 사람이다. 토론토엔 아마존에 필요한 인재들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아마존의 두 번째 본사는 어느 도시에 들어설까. 지난 6주간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도시가 아마존의 두 번째 본사(HQ2)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19일(현지시각) 입찰 제안서 제출이 마감됐다. 북미 언론은 최소 50곳의 도시가 경쟁에 참여한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존은 제안서 제출 마감 후에도 실제 몇 개 도시가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 50곳 이상 미·캐나다 도시, 유치전에 뛰어들어

아마존은 지난달 7일 북미 지역에 제2의 본사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본사 유치에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입찰 제안서를 보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제2 본사가 들어서는 도시에서 최대 5만명의 정규직원을 새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앞으로 10~15년간 받게 될 평균 연봉으로는 10만달러 이상을 제시했다. 아마존은 건설 착공 후 첫 15~17년간 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목말라 있는 지자체로선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기회다.

아마존은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이면서 안정적이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과 뛰어난 기술 인재를 갖춘 곳 등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국제공항에서 45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야 하고 본사에서 기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지 조건도 달았다.

아마존이 ‘크게,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인센티브(우대 정책)와 부동산 혜택, 비용 구조를 담은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고 발표한 후, 미국과 캐나다의 수십 개 도시가 구애에 나섰다. 지자체와 기업인, 정치인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제안을 앞다퉈 쏟아냈다. 구체적인 혜택을 공개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도시도 상당수였다.

뉴욕시는 18일 밤 9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등 랜드마크 빌딩과 타임스퀘어 전광판 등을 아마존 로고 색깔인 오렌지색 조명으로 물들였다. 빌 더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뉴욕은 전 세계 상업(커머스), 문화, 혁신의 수도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가 모여 있다”며 “뉴욕만큼 다양성을 갖추고 역동적인 경제를 가진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시의 주요 랜드마크 빌딩이 2017년 10월 18일 밤 아마존 로고 색깔인 오렌지색 조명으로 물들었다. /블룸버그

뉴저지주 뉴어크는 70억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며 현물 공세를 폈다. 16일에는 라스 바라카 뉴어크 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 뉴저지주 러트거스비즈니스스쿨에 모두 모여 뉴어크의 도전을 공식화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동안 아마존이 미국 다른 도시에 시설이나 사무 공간을 지을 때도 지자체의 보조금을 종종 받았다”며 “아마존이 경제적 혜택을 제시하지 않는 도시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아마존이 2005~2014년 창고 건설 목적으로 지자체에서 받은 보조금은 최소 6억1300만달러, 데이터센터 건설 보조금은 1억4700만달러에 달한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제안서 제출 마감이 끝난 다음 날인 20일 아마존에 제2 본사 부지로 제안한 10곳의 후보지를 공개했다. 시카고 내 8곳과 시카고 외곽 2곳이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시카고는 아마존의 미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독보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마존은 내년에 최종 선정 도시를 발표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발표 시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아마존 제2 본사를 유치할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텍사스주 오스틴을 꼽았다.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원, 비용, 삶의 질, 교통, 지리 6개 요소를 평가해 도출한 결과다. 오스틴은 아마존이 올해 6월 인수한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 ‘제2의 아마존 효과’ 기대…일부 부작용 우려도

아마존 제2 본사를 ‘모셔오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이 들썩이는 것은 지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변신이 ‘아마존 효과’를 증명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블룸버그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는 올해 7월 기준 33동의 건물에서 4만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10년 시애틀 시내 중심지로 본사를 옮길 때만 해도 시애틀 내 고용 인원이 5000명에 불과했으나, 그 후 고용이 급격히 늘었다.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만 257억달러에 달한다. 이 기간 아마존은 빌딩과 인프라(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37억달러를 지출했다.

아마존은 회사가 시애틀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아마존은 제2 본사 공개 입찰을 발표하는 문서에서 “2010~2016년 아마존의 직접투자로 지역 경제에 380억달러 규모의 간접투자가 파생됐다”며 “아마존이 시애틀의 발전을 주도했다”고 썼다.

시애틀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이어 기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인재가 몰려들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건설 붐이 일면서 도시 전체가 활력을 되찾았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시애틀에 엔지니어링·연구개발 센터를 지은 기업은 2010년 7개에서 올해 31개로 늘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시애틀에 지사를 열었다.

그러나 빠른 성장 뒤로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 가격 급등과 교통 체증 등의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내에 거대 인터넷 기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큰 비용을 감수하면서 아마존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은 시애틀 시민의 고충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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