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선] "타협하면 죽는다" 제1야당 노리는 에다노

윤설영 2017. 10. 2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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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민진당 출신 '리버럴계' 규합, 제1 야당 노려
NHK 출구조사에선 고이케당에 앞선 결과
아베 내각 폭주 비판.. '반(反)아베' 중심에
반면 마에하라 민진당 대표는 정치생명 위태

“한번 타협하면 죽는 것도 당연하지” 한때 '잠 자지 않는 관방장관'으로 불렸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른다는 아이돌 그룹 노래의 한 대목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라고 한다. 지난달 같은 당 동료이자 당 대표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의원이 “자당 후보를 내지 않고 희망의당에 공천을 일임하겠다”고 밝히자, 에다노 당시 의원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의 말처럼 희망의당과 합류를 모색했던 마에하라 의원은 정치생명까지 위태로워졌고, 반면 끝까지 신념을 지킨 에다노 의원은 재평가를 받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53) 입헌민주당 대표는 이번 중의원 선거 기간 중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입헌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50석 넘는 의석이 예상돼 희망의당과 제1야당 자리를 겨루고 있다. 실제로 NHK의 출구조사에서

입헌민주당은 44~67석을 얻는 것으로 예상돼 희망의당(38~59석)을 앞섰다.
총선 유세 중인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가 희망의당으로 공천 일원화를 선언하면서 당은 초토화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에다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지난 9월 민진당 당 대표 선거에서 마에하라에게 패배한 뒤 조용히 지내고 있었던 그는 희망의당 합류를 거부한 민진당 출신들을 모아 입헌민주당을 만들었다.
주로 ‘반(反) 자민당’의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리버럴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입헌민주당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18만 6000여명으로 자민당의 13만명보다 훨씬 많다. 그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정치인 사정에 따라 바꾸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합종연횡으로 정권을 잡을 생각은 없다. 제1야당으로서 영향력 있는 정치를 하겠다"며 일어섰다.
지난 5일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당 대표(왼쪽)와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가 후보 공천 논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진당 내 리버럴파는 이에 반발해 입헌민주당을 창당했다. [교도=연합뉴스]
에다노는 도호쿠 대학 법학부를 졸업해 변호사 생활을 하다 1993년 일본신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혈액 제재로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사죄를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민주당 정권 당시 당 간사장, 2011년 간 나오토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맡았다. 그 해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하루 4~5번씩 TV 브리핑에 나서면서 전세계에 일본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알렸다. 대지진 직후 109시간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큰 화제를 낳았고, 네티즌들은 잠을 자지 못해 초췌해진 얼굴과 그의 평상시 얼굴을 비교하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해선 "좀처럼 주류에 어울리지 못하고 줄곧 '정치 아웃사이더' 자처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에다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탑 다운 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아베 내각의 폭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21일 선거전도쿄 신주쿠(新宿)역 앞에서 열린 마지막 연설회에서 “규칙을 지키며 권력을 사용해라. 이런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정치를 돌려놓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입헌민주당은 선거 이후 정개 개편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민진당 출신의 무소속 당선자가 합류가 예상되고 있고, 희망의당으로 합류했던 세력 가운데서도 일부가 입헌민주당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중의원 해산 당시 민진당 의원 44명이 희망의당으로, 무소속으로 21명이 출마한 상태다. 새로운 국회에서 입헌민주당이 향후 아베 정권의 독주를 막을 강력한 야당이 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자민당의 개헌 추진을 저지할 정치세력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51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단독으로 내각 불신임 결의안과 예산 편성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

반면 에다노와 정치 입문 동기이며 한 때 민진당 대표 선거를 두고 다퉜던 마에하라는 이번 선거로 정치적 입지를 잃었다. “희망의당이 민진당 후보 전원을 공천하겠다는 약속을 믿을만큼 순진했냐”는 비아냥과 “당을 팔아 넘겼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마에하라는 총선 직전 인터뷰에서 "이 길(희망의당 합류)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실패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라며 사실상 자신의 실책이었음을 시인했다. 마에하라는 민진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선 "그가 의원엔 당선되겠지만 활발한 정치활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쿄= 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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