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제'는 어떻게 자연스러운 방식이 됐나

최대열 2017. 10.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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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외양의 아파트가 처음 공급된 1960년대만 해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당시 아파트는 10평 남짓한 최소주택 개념이었는데 인기가 없던 이유 중 큰 요인이 온돌기능이 없고 장독을 둘 데가 없어서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각종 기간산업을 이끌고 나가야했고 주택공급은 건설사, 민간 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구도를 바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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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상품만 보고 거액 지급..고객 돈으로 아파트 지어 공급
공급ㆍ수요층 아파트시장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
후분양제 논의 본격화..주택공급·청약제도 변화 관심↑

최근 문을 연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방문객이 상담을 받거나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금과 같은 외양의 아파트가 처음 공급된 1960년대만 해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당시 아파트는 10평 남짓한 최소주택 개념이었는데 인기가 없던 이유 중 큰 요인이 온돌기능이 없고 장독을 둘 데가 없어서였다. 정부가 본격적인 주택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한 게 1962년 경제개발계획에서였고 그로 인해 당시 출범한 대한주택공사(주공, 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에 주력하기 시작한 게 1960년대 후반부터다.

아파트 공급확대로 방침을 굳힌 정부와 주공은 공급과 수요주체 모두를 끌어들일 방안을 고민했다. 선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를 결합한 공급모델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 주택수요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낮은 가격을 유지케 할 수 있는 통제수단(분양가상한제)이 필요했고 다른 한쪽, 공급 측면에서는 민간 건설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강력한 유인책(선분양제)이 필요했다.

중동특수 등을 누리던 민간 건설사에게 아파트는 그리 구미를 당기는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건설사 내부에서 토목에 주력하며 '집장사'를 터부시하는 고유의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각종 기간산업을 이끌고 나가야했고 주택공급은 건설사, 민간 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구도를 바라기도 했다.

'없는 제품'을 미리 파는 선분양제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을 쉽게 해 충분한 참여요인이 됐다.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세제ㆍ택지 등 각종 정책적 지원방안과 맞물려 건설사의 아파트 시장진출도 확대됐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분양 시점을 언제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련 법령에서 특정시점을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사업주체 입장에선 미리 분양해 공사자금 등을 확보할 수 있어 선호방식으로 꼽힌다.

70~80년대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체험했던 수요자들도 한시라도 빨리 분양을 받는 게 '자산증식'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점도 선분양제를 유지케 하는 요인이었다. 국내 고유의 주택시장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은 선분양제는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의 일정기간 이상 지난 후 분양토록하는 후분양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요구가 거셌지만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된 건 2000년대 들어서였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는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해 우선 공공분양물량을 시작으로 향후 민간시장까지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허나 당시 정부도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아파트 공급축소, 분양가격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했다. 당초 로드맵 구상을 밝힌 2004년까지만 해도 2007년부터 도입하겠다고 했었는데 정작 시기가 닥치자 시장수급상황 등을 고려해야한다며 도입 시기를 늦췄다. 이후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로드맵은 폐기됐다.

10여년이 지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환기시키면서 다시 도입여부에 관심이 몰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후분양 도입을 염두에 두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내부 조율이 덜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택정책당국의 수장이 직접 밝힌 만큼 향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후분양제를 적용했던 공공분양물량의 분양가 상승폭이 0.57%에 불과하다는 분석결과(경실련)가 있는 만큼, 실제 분양가 상승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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