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오지호에 들어갔더니, 나올 땐 김소진이 남는다

박정환 기자 입력 2017. 10. 22. 08:42 수정 2017. 10. 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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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라빠르트망'
연극 '라빠르트망' 알리스 역 맡은 김소진 © News1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연극 '라빠르트망'은 김주원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와 배우 오지호가 연극 무대에 데뷔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엇갈린 사랑을 담은 이 작품을 본 이후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배우 김소진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라빠르트망'은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8일 부분시연(70분)과 20일 본공연(110분)을 관람해보니 원작과 다른 연극적 재미와 새로운 해석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원작 영화의 내용과 똑같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다르다. 원작에선 막스(오지호)와 리자(김주원)가 중심이라면 연극에선 알리스(김소진)가 극을 이끌고 간다. 구두점과 전파상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막스는 아름다운 연극 배우 리자를 보고서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갑자기 리자가 말도 없이 사라진다.

막스는 리자를 향한 그리움을 묻어둔 채 새로운 직장생활에 적응한다. 2년 뒤, 그는 새 약혼녀와 안정적인 나날을 보내다가 리자의 흔적을 우연히 발견하고서 다시 한번 격정에 휩싸인다. 결국, 막스는 리자와 헤어진 이유가 리자의 친구인 알리스 때문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연극은 회전무대를 통해 막스와 리자가 영화 속 카페, 도로, 공중전화 부스 등에서 엇갈리는 순간을 표현한다. 이들은 회전하는 무대에서 상대방을 쫓아가거나 엇갈리는 순간을 재현한다. 그러나, 극 초반에 흥미롭게 다가온 회전무대의 활용이 공연 내내 반복되면서 식상함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고선웅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주원은 공연 초반부터 오지호와 춤추는 장면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랑의 기쁨과 설렘을 표현한 그의 춤은 수많은 설명적 언어를 압축해 이보다 훌륭하게 표현한다. 영화가 클로즈업을 통해 리자 역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의 외모 덕을 톡톡히 봤다면 연극에선 김주원의 춤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얻으려 했던 연출적 선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초반부에 강렬하게 다가왔던 춤이 알리스와 막스의 춤을 제외하면 유사한 패턴이라서 뒤로 갈수록 극의 긴장감을 풀어지게 만든다. 또 등퇴장과 대사를 주고받을 때 혼자 움직이며 독백하는 듯한 김주원의 타이밍과 무선마이크를 사용했음에도 흔들리는 그의 발성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게 한다. '야구선수 이승엽이 축구장에 온 느낌'마저 들었지만 최선을 다한 그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회전 무대와 춤 등 고선웅 연출가가 새롭게 준비한 무기들이 밑바닥을 드러낼 때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광기마저 느껴지는 김소진의 연기력과 짧은 대사나 몸짓만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 조연들의 감초 연기다.

구두점 손님, 스튜어디스, 통역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배보람, 여자친구의 감정 변화를 다 받아주려는 조영규(루시앙), 약혼자의 애정을 갈구하는 장소연(뮤리엘) 등은 관객이 이 작품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특히 미스테리한 여인 알리스로 분한 김소진의 연기력은 발군이다. 그가 초반에 일기장을 들고 녹색의자에 앉았을 때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막스와 리자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엿보는 순간부터 돌변하기 시작한다. 극 중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연기하기 위해 얼굴을 희게 분장한 이후부터는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는 알리스가 이 작품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모든 관객이 느낄 수가 있다.

한편, 올 가을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명동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 주요 공연장들은 비슷한 시기에 대형 작품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 '라빠르트망'은 창작극과 전통극 위주의 타 극장 연극에 비해 젊은 연인들이 함께 보면 좋을 만한 작품이다.

입장료 3만~7만원. 문의 (02)2005-0114.

막스 역 오지호 배우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라빠르트망'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개막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7.10.18/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리자(김주원, 왼쪽)과 알리스(김소진)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라빠르트망'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개막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7.10.18/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연극배우 리자 역을 맡은 김주원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오른쪽)가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라빠르트망' 주요 장면 시연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18일 개막하는 연극 '라빠르트망'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7.10.18/뉴스1 © News1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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