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 올렸더니 유부녀 '날벼락'..사기 국제결혼 피해 속출

입력 2017. 10. 2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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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중개업법 위반 처벌받은 소개업체 되레 피해자들에게 위약금 소송
전국 20명가량 피해.."단란한 가정 꿈꿨다 풍비박산" 법적대응 움직임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단란한 가정을 이루겠다며 지난해 국제결혼에 나섰다가 베트남 신부가 입국하지 않아 중개 수수료만 떼이는 피해를 본 장모(47)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오히려 '사기 국제결혼'의 피해자인 자신을 상대로 결혼중개업체가 갑작스럽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어떤 영문인지 정씨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재혼을 꿈꾸며 작년 6월 베트남으로 떠났던 맞선 여행이 장씨의 인생을 꼬이게 한 화근이었다.

부산에서 귀금속 세공업을 하던 장씨는 당시 베트남 현지에서 이혼 여성을 소개받았고 이 여성의 부모로부터 결혼 승낙까지 받았다.

귀국 후 장씨는 맞선 여행 주선 업체에 750만원을 주고 결혼 중개 계약을 한 뒤 한 달만인 그해 7월 중순 베트남에서 그 여성과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러나 이 여성은 수개월이 지나도 한국에 입국하지 않았다. 얼마 뒤 이 여성이 이혼하지 않았고 여전히 베트남에서 다른 남성과 살고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충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여성을 장씨에게 소개했던 이 업체는 지난 7월 미납한 소개료 300만원을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장씨는 법정 소송 끝에 지난 17일 돈을 갚을 이유가 없다는 1심 판결을 끌어냈지만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데 이어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씨의 친동생이 겪은 일은 이보다 더 황당하다.

결혼이 성사된 뒤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동생 장모(41)씨는 작년 6월 똑같은 업체의 주선으로 베트남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했으나 이 여성 역시 입국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뒤 자신과 결혼식까지 올린 이 여성이 머지 않아 다른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는 황당한 소식마저 접했다.

그런데도 장씨는 채무자 신분으로 민사소송 법정에 서야 했다. 업체가 결혼 중개를 모두 마무리했으니 알선료 950만원을 내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법정 공방 끝에 1심 재판부는 '장씨가 업체에 돈을 갚을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지만 이 업체는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장씨는 앞으로도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이며 또다시 국제결혼을 둘러싼 악몽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

충남 논산에 사는 지모(28)씨도 2015년 4월 이 업체가 운영하는 맞선 여행에 참가한 뒤 소송에 휘말렸다. 단돈 50만원이면 외국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현수막 내용을 순진하게 믿은 게 잘못이었다.

이때 소개받은 여성과 한 달 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정을 꾸밀 생각에 들떴던 지씨는 귀국 후 이 여성이 입국할 때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서울=연합뉴스) 신다문화공헌운동본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피해 상담자 278명 중 62명(22.3%)이 국제결혼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봤다. 사진은 지난 9월 3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보도된 불법 집단맞선 적발 현장. [신다문화공헌운동본부 제공=연합뉴스]

이 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안부를 주고받았으나 그해 8월 이 여성이 SNS에서 탈퇴하면서 둘 사이의 연락은 끊겼다.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하던 알선 업체는 2개월 뒤 지씨를 상대로 행사 대행 미납금 및 위약금 1천550만원을 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씨는 이 업체가 되레 이 여성에게 파혼을 요구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했다. 힘겹게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그는 조만간 이 업체를 고소할 방침이다.

이들처럼 사기 국제결혼에 당했다는 남성 피해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과 대전, 청주 등지에 20명 남짓한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이 업체가 현지 여성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결혼시킨 뒤 한국 남성의 요구로 파혼한 것처럼 교묘하게 서류를 꾸며 위약금 소송을 제기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피해 남성은 "50만원 맞선 여행에 속은 후 부모님이 식음을 전폐한 채 누워계시는 등 집안은 풍비박산 났고 저 역시 사람을 믿지 못해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이 업체 운영자는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섰지만 지난 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피해자들은 강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이들이 현지에서 결혼식을 한 직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행사비용 지불각서' 탓에 사기 등의 죄명은 빠진 채 결혼중개업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각서에는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이며 결혼행사 대행 비용 지불을 거부할 경우 파혼 의사로 간주, 위자료 1천만원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한 탓에 중한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한 피해 남성은 "결혼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들떠 있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사기 수법을 쓴 것"이라며 "이 업체 운영자는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처벌받고도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해 사기죄, 사문서 위조죄 등으로 운영자를 고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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