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 위클리] 신태용-김호곤-축협, 신뢰 좌우할 11월 A매치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7. 10.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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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모든 A매치는 소중하다. 하지만 11월 중순에 열리는 A매치만큼은 더욱 남다르다. 경기 결과에 따라 러시아 월드컵을 8개월 남기고 감독과 집행부가 교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축구대표팀이 최정예를 끌어 모아 팬들 앞에서 직접 경기를 한다. 이 경기에서마저 부진한 경기력과 결과를 보인다면 성난 민심을 달랠 방법은 한 가지 방법뿐일지도 모른다. 축구 A대표팀은 오는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 2연전을 계획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대표팀과 축구협회

한국축구가 이토록 국민들의 미움을 받고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던가. 굳이 떠올려보면 참혹한 실패를 맛본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 홍명보호를 향한 비난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대표팀 그 자체에 대한 실망뿐만 아니라 협회의 행정력과 자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여론도 함께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출발은 심각한 부진을 보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늦어도 한참 늦은 6월에서야 해임시킨 것에서 시작한다. 그전부터 경질 여론이 높았지만 이를 무시하다 중국-카타르에게마저 패하자 그제서야 경질했다. 새롭게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에겐 이란-우즈벡전으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해야하는 어려운 임무가 주어졌다.

신태용은 그럼에도 월드컵 진출을 해냈다. 하지만 결과는 연속 0-0 무승부였고 막판 경기들에서 시리아, 중국 등이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불발될 뻔 했다. 이 경기 후에는 부진한 경기력에 더불어 선수의 실언, 분위기 파악 못한 월드컵 진출 자축 세리머니로 비난을 받았다.

월드컵 진출 확정 이후에는 갑자기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오고 싶다는 보도가 나오며 감독교체에 대한 열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협회는 “불쾌하다”, “돈도 없다”등의 반응을 내놓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거의 한 달이 지나고서야 히딩크를 만나 ‘비공식적 도움을 주겠다’는 간단한 답변을 받고 끝냈다.

그 사이에 또 협회는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연루된 배임·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부인의 항공료, 골프장 비용, 유흥주점, 피부미용실 등 황당한 법인카드 사용처는 국민을 외면하게 했다.

피파랭킹은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지표와도 같았다. 지난 16일 발표된 피파랭킹에서는 62위로 57위의 중국보다 낮았다. 피파랭킹 집계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논란보다 더 문제된 ‘대응’, 결국 비난여론은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수없이 많은 논란 속에 축구협회, 신태용 감독, 김호곤 기술위원장 등의 대처방안도 문제였다. 축구협회는 배임, 사기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에 대해 고작 홈페이지에 800자가 되지 않는 사과문을 올리고 무마했다.

신 감독도 김영권의 ‘관중 발언 논란’에 대해서 주장직을 박탈하는 등 징계보다 그저 감쌌다. 또한 자축 세리머니 논란에 대해서도 ‘섭섭하다’는 대응에 그쳤다.

김호곤 기술위원장도 히딩크 논란이 일자 처음엔 문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말을 바꾸는 등의 모습으로 신뢰를 잃었다. 또한 히딩크를 가서 만나면 금방 해결될 일을 한 달가량 방치해 A대표팀이 도리어 추진력을 잃게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런 헛발질이 반복되자 급기야 지난 15일 인천공항에서는 일부 축구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국축구는 죽었다’, ‘김호곤은 사퇴하라’ 등의 현수막에 ‘한국축구 장례식’ 콘셉트로 상주복을 입고 유럽 원정을 마치고 뒤늦게 귀국하는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협회를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온라인에서만, 그리고 주위 사람들끼리만 한국 축구를 한탄하던 여론이 오프라인으로 직접적 행동까지 더해져 놀란 축구협회는 황급히 예정된 공항 인터뷰를 취소했고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은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마저 미봉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변명 없을 11월 A매치, 여론 감당할 마지막 기회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대표팀은 11월 홈에서 두차례 평가전을 가진다. 유럽(세르비아)-남미(콜롬비아)의 강팀과 맞붙는다는 전제가 된 이 평가전 결과에 따라 여론은 파도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태용호를 감싸는 여론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다. 9월 이란-우즈벡전의 경우 ‘월드컵 진출’이라는 실리가 중요했기에 수비적이고 소극적 경기를 했고 또한 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10월 유럽 원정의 경우 K리거를 소집할 수 없는 ‘반쪽짜리 대표팀’과 원정에서의 불리함 등의 이유가 있다.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11월 A매치는 K리거와 해외파 모두 소집 가능한 ‘최정예’ 대표팀이 꾸려지게 되고, 한국에서 경기를 하기에 도리어 홈경기 이점이 생긴다. 그 어떤 변명거리도 찾을 수 없다. 2017년 한국은 A매치 8경기에서 1승3무4패다.

이런 상황에서마저 9월, 그리고 10월 A매치와 같은 부진한 경기력과 결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국민 여론은 임계점을 넘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첫 경기에서 패한다면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을 향한 홈팬들의 실망과 야유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만큼 한국 대표팀은 신뢰를 잃고 실망의 대상이 됐다. 과연 11월 A매치에서도 처참한 실패를 맛본다면 신태용 감독-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폭발하는 여론을 견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잃을게 많다면 역으로 얻을 것도 많다. 만약 홈에서 열린 2경기에서 좋은 내용과 결과를 보인다면 단숨에 여론은 바뀔 수 있다. 당장 중요한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감독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 또한 히딩크 감독이 완전히 발을 뺀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확실한 굳히기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좋지 않은 과정 속에서 갑자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정상 경기력이 나올 내년 3월까지는 기다려 달라. 그리고 월드컵에서는 기다려준다면 칭찬 받겠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의 결과를 원하는 여론은 11월 A매치를 바라보고 있다. 11월 A매치는 신태용-김호곤 체재의 한국축구의 운명이 갈릴 단두대 매치가 될 수밖에 없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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