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 추억에 묻히면 다 '전설 가수'가 되는 건가

한인구 입력 2017. 10. 22. 07:04 수정 2017. 10.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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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최근 활동하는 가수들이 '전설'로 평가받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은 가수 경연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지난 2007년 4월 시작돼 2008년 9월 종영했다가 2012년 4월부터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로 이름을 바꿔 KBS의 효자 예능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추억에 묻히면 모두 전설 가수가 되는 듯한 분위기는 오히려 같은 시기에 활동한 가수들을 한 데 묶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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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최근 활동하는 가수들이 '전설'로 평가받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은 가수 경연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던 지난 2007년 4월 시작돼 2008년 9월 종영했다가 2012년 4월부터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로 이름을 바꿔 KBS의 효자 예능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326회가 방영됐다. 방송 중간에 계절이나 명절에 맞춰 특집을 내보내고 있고, 한 전설 가수가 나오면 2회 방송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많은 전설 가수가 등장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전설'이라는 수식어는 흔해졌다.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초대 가수를 '전설'로 대접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 가운데 음치를 가리는 프로그램이지만, 초대 가수들은 지난 활동 이야기를 하거나 추억들을 전한다. 가수들이 전하는 활동 당시 에피소드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흥미를 끌어올린다.

방송 흥행을 위한 필요에 따라 전설 가수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잊혔던 가수들을 보는 방송을 통해 만나는 재미는 있으나 '전설'이라는 기준이 날로 흐릿해지고 있다. 추억에 묻히면 모두 전설 가수가 되는 듯한 분위기는 오히려 같은 시기에 활동한 가수들을 한 데 묶어버린다. 일부 가수들이 평가 절하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룹 룰라는 지난해 8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여름 특집의 전설 가수로 출연했고, 올해 5월에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나왔다. 지난 1994년 데뷔한 룰라는 '100일째 만남' '날개 잃은 천사' 등의 히트곡으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혼성그룹이다.

그러나 룰라가 전설 가수로 대우받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룰라는 정규 3집 타이틀곡 '천상유애'를 비롯해 수록곡 '사랑법' 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표절 논란이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다. 1996년 타이틀곡 '3!4!가 수록된 정규 4집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활동 내내 '표절'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었다.

룰라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 그룹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표절 논란 외에도 신정환 고영욱이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룰라'라는 가치를 떨어뜨렸다. 전성기에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멤버들이 사생활 문제로 홍역을 치른 룰라가 '전설 가수'로 불리는 건 옳지 않다.

룰라 외에도 활동 시기에 어중간한 활약을 했던 가수들이 이름값을 '뻥튀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도 있으나 전설로 대접받아야 하는 가수들은 가요계 외에도 사회적인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음악적으로도 후배 가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때만 가능하다. 예전에 활동하다가 최근 복귀하는 이들이 과거의 음악적인 결과를 부각해 부풀리는 듯한 행태는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2014년 연말에 방송된 MBC '무한도전-토토가' 특집 이후 1990년대 활동했던 가수 등 복고 열풍을 타고 가요계에 복귀한 이들이 많다. 방송의 주요 소비층인 2,30대 시청자의 추억을 자극한 '무한도전-토토가' 흥행은 뿔뿔이 흩어졌던 댄스 그룹 멤버나 활동이 미진했던 솔로 가수들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됐다.

그러나 앨범을 내거나 활동을 앞두고 '전설'처럼 둔갑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한 세대를 장식했던 가수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다시 복귀한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가수처럼 포장됐다. 방송은 복귀하는 가수들을 높이 치켜세우기에 바빴고, 가수들도 오래만에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환영했다.

어느덧 흔해져 버린 '전설 가수'라는 호칭은 이제는 아껴야 할때다. 범람하는 전설들은 방송계가 만든 부분도 적지 않다. 가짜 전설들이 아닌 좋은 선배 가수들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국 대중가요도 질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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