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채 진행 금융권 "채용비리 불똥튈라" 조심

강지은 2017. 10. 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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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및 시중은행 16곳 신입직원 채용
'채용비리' 금감원, 우리은행 "투명하게 진행"
다른 곳도 조심스러워…"문제 없다" 선긋기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금융감독원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불법 채용을 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새 금감원장이 취임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채용 비리에 이어 감사원에 감사를 받으면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관운영 감사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6년도 신입직원을 채용하면서 당초 필기전형에서 불합격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필기전형 인원을 늘리고 전 직장의 평가를 사유로 불투명하게 합격자를 교체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의 모습이다. 2017.09.2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을 비롯해 금융권의 신입직원 채용이 한창인 가운데 이를 준비하는 각 기관의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진 만큼 채용 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과 한국은행,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10개 금융공기업이 채용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도 채용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5급 57명, 6급 5명 등 총 62명을 신입직원으로 채용한다. 금감원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감사 결과를 보면 금감원은 '2016년도 신입직원채용' 과정에서 유력인사의 청탁을 받고 필기전형 인원을 늘려 필기시험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불법 채용했다.

금감원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발표한 채용 공고에서 "서류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면접전형에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전 과정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입사지원서상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학력과 가족사항, 주소와 같은 항목은 삭제하고 사진은 필기시험 시 본인확인 용도로만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채용방식이 무색하게 채용비리 사실이 적발되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될 놈은 따로 있다',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대대적인 인사·조직문화 혁신을 추진 중인 금감원은 이번 채용과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최대한 없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데 2차 면접의 경우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장에서 점수가 확정되면 다시 조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17.09.16. photocdj@newsis.com

'특혜채용' 의혹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우리은행도 올해 하반기 총 500여명을 신규 채용한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6년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을 공개, "국가정보원과 금감원 직원, VIP 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들이 포함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했으며, 입수한 명단에 포함된 총 16명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 2016년 하반기 우리은행 공채에는 1만7000여명이 지원해 200여명이 채용, 8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번 채용이) 다른 때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채용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채용을 진행 중인 다른 금융공기업과 금융기관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문제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채용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괜한 '불똥'이 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번 채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원래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어서 그동안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며 "입사지원서에도 이름과 지원분야만 있고, 학교나 출신 등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한편 21일 금감원과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9개 금융공기업은 서울과 각 지방에서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렀다. 국가대표팀간 축구경기에 빗대 'A매치의 날'로 불리는 이날 경쟁률은 서류접수 기준으로 약 60대 1이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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