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한국군은 보이는 것만 신경쓰는 전시용 군대인가
“세상에는 진실이 있지만 거짓말 또한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but so are lies)
육군의 천무 다연장로켓이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육군제공 |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전시성 무력시위가 크면 클수록 그 뒤에 있는 그림자도 뚜렷하게 눈에 띤다. 무기는 많이 갖고 있지만 전장에서 완전한 형태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갖추는데 소홀하다보니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점이 등장한다.
◆부품 부족과 고장, 오작동까지 발생
공군 KF-16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
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용(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공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4년 동안 공군이 운용하는 항공기 11개 기종 가운데 F-16 전투기, E-737 조기경보통제기, C-130 수송기 등의 가동률이 60∼70%에 그쳐 목표 가동률 75%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병대 장병들이 질서정연하게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해군 대형상륙함 독도함에 탑재돼 해병대의 상륙을 지원하는 고속상륙정은 고장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해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상륙정 2척 중 1척은 감속기어 고장으로 2015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1척도 2016년 3월부터 함수추진기 고장으로 144일 동안 작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2016년 3~8월에는 고속상륙정 2척이 모두 고장이 난 상태였다는 뜻이다. 우 의원은 “최초 소요 제기 당시 예산문제로 정비소요가 반영되지 않았고, 고속상륙정을 우리 기술로 처음 제작하는 과정에서 정비기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군은 고속상륙정 창정비 계약을 제작사인 한진중공업과 체결했지만 창정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고속상륙정 전력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된 SM-2 함대공미사일은 10발 중 3발 꼴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정의당) 의원이 12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이 2004~2016년 발사한 25발의 SM-2 중 8발이 오작동을 일으켜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작동률이 28%로 10발 중 3발이 불량인 셈이다. 해군 운용요원의 실수로 오작동을 일으킨 1발을 제외하고 나머지 7발은 미사일 자체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SM-2 400여발을 도입한 해군은 추가 도입 사업을 통해 500발 이상을 보유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오작동률을 고려하면 앞으로 150여발 정도의 SM-2를 오작동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운용해야 하는데, 이는 3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허공에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눈에 보이는 효과만 중시하는 풍토 사라져야
7월 6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해공군 합동 전투탄 실사격 훈련에서 2500t급 호위함 충북함이 표적을 향해 해성-I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해군제공 |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는 풍토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개혁을 외치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조직의 신설이다.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새로운 보직이 생기면서 인사 문제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군도 2000년대 이후 국방개혁을 추진할때마다 통신과 사이버, 수송 등 각 기능별로 새로운 사령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방개혁에 따른 첨단 무기 도입 확대는 조직 키우기에 또다른 플러스 요인이 됐다. 새로운 무기가 들어오면 이를 운영할 부대를 창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부대 지휘관과 참모 등의 직위 신설 혹은 직급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군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이 SM-2 함대공미사일을 표적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해군제공 |
무기 도입 사업 추진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할 경우 정비를 비롯한 운영유지 요소를 삭감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산이 부족하면 플랫폼부터 먼저 들여온 다음 무장이나 수리부속 등을 확보하는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눈에 잘 띄는 플랫폼으로 무력과시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매년 국방예산을 새로 편성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별도 사업이 예산 삭감 등의 이유로 제때 추진되지 못하면 거액을 들여 도입한 첨단 무기는 군인들이 실제로 쓰는 것이 아닌, 쇼윈도의 마네킹과 다를 바 없다. 마네킹이 실전에서 쓸모가 있겠는가.
공군 F-15K 전투기가 지상 표적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공군제공 |
그러나 청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진행된 황해해전에서 북양함대는 일본 연합함대에 참패했다. 함정의 크기와 중포의 숫자는 북양함대가 앞섰지만 포탄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서태후가 북양함대 예산을 자신의 정자를 짓는데 썼기 때문이었다. 장교를 뽑을 때 옛날의 무과 시험처럼 활쏘기를 했다. 반면 일본 해군은 매일같이 서양식 훈련을 실시하면서 범정부적인 지원하에 포탄을 넉넉히 준비했다. 겉으로 보이는 함정의 위용에 만족했던 청나라가 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우리 군은 내년부터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들이 대거 도입되기 때문이다.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무기들이지만 F-15K나 KF-16처럼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운영유지비가 우리 군이 지금까지 운용했던 무기들보다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장비들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군은 군 조직이 아닌, 군사박물관의 야외 전시장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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