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인듯 그림인듯..옛것에 바탕한 새로움

이후남 입력 2017. 10. 22. 00:06 수정 2017. 10. 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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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심은 전정우 대규모 개인전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25~30일
120체 천자문에서 도자전각까지
현대적 지향 담은 200여점 선보여
심은 전정우, 樂觀(낙관), 34x34cm, 2017
고희를 맞은 서예가 심은(沁隱) 전정우의 개인전이 인천광역시 등의 주최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10월 25~30일 열린다. 이른바 천자문 시리즈의 미공개 작품 20여점을 포함해 모두 200여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楨祥(中庸句), 64×64cm, 2017 國家將興必有楨祥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좋은 징조가 있다
오랜 전통을 탐구하며 새로움을 추구해온 그의 서예는 말 그대로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게 천자문이다. 네 글자씩 한 구절을 이루는 천자문은 전체 250구절, 모두 1000자가 각기 다른 한자다. 그는 중국 은나라 때 갑골문자부터 시대별 특징적 글씨체, 왕희지·김정희 등 당대 명필의 글씨체를 아울러 무려 120개 서체, 서체마다 6종, 도합 720가지 천자문을 썼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햇수로 10년, 만으로 8년여의 방대한 작업이자 공부다. 나아가 각기 다른 서체를 한 작품, 한 문장, 한 글자에 자유롭고 조화롭게 구사하는 복합적 기법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杜甫詩 登高, 81×122cm, 2017 風急天高猿嘯哀바람 세고 하늘 높이 원숭이 울음 애절하며 渚淸沙白鳥飛廻강가 맑아 모래 희고 물새 날아 빙빙 도네 無邊落木蕭蕭下사방에 낙엽은 쓸쓸히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끝없는 강물은 도도히 흐르노라 萬里悲秋常作客타향 만리 나그네 노상 가을이 서러워 百年多病獨登臺늙어 평생 다병인 나는 쓸쓸히 올랐네 艱難苦恨繁霜鬢가난에 시달려 백발된 것도 한스러운데 潦倒新停濁酒盃노쇠한 요즈음은 탁주마저 못들겠네
鴻雁鷺鶿, 70×204cm, 2017 金碧樓臺似翥翬靑山環遶水重圍 霜華昭日沾秋露 海氣干雲散夕霏 鴻雁偶成文字去 鷺鶿自作畵圖飛 微風不起江加鏡 路上行人對影歸 《白雲居士 甘露寺》 아름다운 누대의 추녀 꿩이 날개를 편듯 푸른 산 맑은 물이 겹겹이 감돈다 서리에 해 비추니 가을이슬 더하고 바다기운 구름 찌르니 저녁비 흩어진다 기러기는 우연히 문자 이루며 날고 해오라기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난다 실바람도 일지 않아 강물은 거울 같은데 길위의 행인은 물에 비친 그림자보며 간다
전시에는 유려한 서예작품과 더불어 조형성을 극대화한 문자추상, 그림과 글씨의 경계를 넘나드는 반서반화, 전각을 도자기에 구현한 도자전각 등도 선보인다.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망라하는 동시에 지금 시대 서예의 현대적 지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제목은 ‘遊藝自如(유예자여)’. 예술 안에 노닐되 "물고기가 물에서 놀듯이 스스로 맘을 먹은 바 그대로"(김병기 전북대 교수)란 뜻이다.
面9 (아름다운 동행), 53×45.5cm, 2016
德日新, 가로28×세로28×높이11cm, 2014 덕망이 나날이 새로워지다
그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1978년 여초 김응현에게 서예를, 구당 여원구에게 전각을 배우기 시작했다. 86년 직장을 그만두고 서예에 전념하는 길을 택했다. 인천에서 전시를 갖는 건 처음이지만 본래 인천 강화가 고향이다. 서울 인사동에 서원을, 강화의 폐교에 심은미술관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이맘때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상을 받았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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