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소리 나온 성폭력전담판사의 발언, 이유가 있었다

미어캣기획단 입력 2017. 10. 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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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전담재판부가 궁금하다!.. 미어캣기획단의 험난한 여정

[오마이뉴스 미어캣기획단 기자]

 기사를 준비하는 시점이었던 9월 28일 대법원으로부터 성폭력전담재판부에 관한 정보는 각급 법원에 요청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법관 교육 및 세미나에 관한 정보는 사법연수원으로 이송되었다. 기획단은 성폭력전담재판부에 관한 청구를 각급법원에 10월 12일 다시 신청했다. (그림: 미어캣기획단 카레)
ⓒ 한국여성민우회
2016년 8월 한국여성민우회가 진행하는 '성폭력 피해에 공감하는 첫사람' 재판동행 활동의 일환으로 한 지방법원 성폭력전담재판부의 공판을 방청하게 되었다. 그때 들었던 성폭력전담재판부 부장판사의 발언은 가관이었다.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성경험이 있었는지 여부는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당 재판부에서 나왔던 발언들이 카드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국정감사 기간 중 언론에도 오르내리면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우연히 지인의 재판을 방청할 때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을 가십거리인양 웃으면서 하고, 피해자 증인신문이 아닌 공개재판임에도 법원 경위가 일일이 확인을 거쳐 사건관계자만 방청을 하도록 했다. 그동안 징계는커녕 경고조차도 없었겠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밀려왔다.

그래서 지난 7월 미어캣기획단 모집글을 보자마자 설렘과 벅찬 반가움으로 기획단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의 운영을 조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을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미어캣 활동은 성폭력전담재판부의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성폭력 피고인 변호사 광고를 분석해보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성폭력 피고인 변호사 광고는 숱하게 찾을 수 있었던 반면, 성폭력전담재판부에 대해서는 재판부를 증설한다는 짤막한 기사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미어캣 모임을 하는 기간에 현직 성폭력전담재판부 판사가 타인의 신체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이 사건들이 단순히 판사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 전담재판부 운영상의 구조적인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고 자료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보공개청구를 해보기로 했다. 지난 9월 5일 대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미어캣기획단이 법원에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은 크게 ①성폭력전담재판부 운영 현황 ①성폭력전담재판부 운영에 관한 자체 모니터링 여부 ①전문성 담보를 위한 방안(교육·세미나·논의 등) ①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수에 관한 정보였다.

뿔뿔이 흩어져있는 성폭력전담재판부 정보

'성폭력전담재판부'는 성폭력사건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되었다. 전담재판부는 <전담재판부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전문지식과 경험이 특히 필요하거나 처리기준의 일관성 및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종류의 사건을 신속, 적정하게 처리하여 재판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설치된다. 성폭력전담재판부의 도입취지 역시 성폭력 관련 법해석 및 적용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일관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민원 처리 시스템, 서울 소재 지방법원이 처리한 전체 성폭력 사건 수 등 일반적인 내용들이었고 성폭력전담재판부에 관한 정보가 한 곳에서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법관 연수'에 관한 질의는 사법연수원으로 이송되어 답변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 외 성폭력전담재판부에 대한 정보는 각급 법원에 문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아 지난 10월 12일 서울 소재 각급 법원에 새롭게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대법원에 정보공개청구한 항목 가운데 성폭력전담재판부 법관의 근속연수가 있었는데, 이를 각급 법원에 문의해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성폭력의 맥락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복잡한 법령이나 처분, 피해자 보호제도 등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법관의 전담기간이 길어져야 할 필요성이 지적되어왔으나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약 2년을 근속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정보를 비롯해 전담판사 임용기준, 자체 모니터링 여부, 판결 결과와 같은 정보가 각급 법원의 소관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각 재판부의 운영현황이 제대로 집적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토대로 성폭력피해자 심리방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운영방식을 전문성을 보완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한 순간이었다.

반성폭력 감수성 점검이 중요하다 

 2016년 참여했던 첫사람 재판동행에서 목격했던 모습은 성폭력전담재판부 판사의 발언이라 믿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가 무엇이길래? 성폭력전담재판부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 한국여성민우회
법관 연수 및 세미나 실시여부에 대한 질의는 사법연수원에 이송되어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소속판사 및 재판연구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은 매년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다. 정기인사에 따라 처음으로 성폭력 전담 업무를 맡게 된 법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법관 연수의 목표는 '성폭력 사건의 바람직한 처리를 위해 성폭력범죄 사건 재판업무 수행에 필요한 각종 실무교육'이다.

강의 주제는 <피해자 보호방안과 재판장의 피해자를 위한 배려조치>, <성폭력범죄의 심리절차 및 적정 양형>, <여성가족부 성폭력관련 주요 추진사업>, <성폭력사건재판에서 전문심리위원의 재판참여 및 전문가의 역할과 한계>, <성폭력 범죄 관련 법령의 해석과 부수처분>, <성폭력가해 청소년에 대한 소년부 송치의 기준 및 관련 토론>, <종합토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업무를 처음으로 맡게 된 법관에 한해 실시되는 연 1회 실무교육이 성폭력전담재판부의 도입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수많은 성폭력 관련 법, 피해자 재판참여를 위한 제도 등 '실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재판부가 성폭력에 대해 갖는 '관점'이다.

미국의 경우 '법관을 위한 지침 :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소책자로 마련되어 있고, 예시질문을 통해 법관 스스로의 편향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법정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구체적 지침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출처:'여성 아동 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증인보호와 지원에 관한 연구', 2012, 대법원 법원행정처).

일관성, 전문성 있는 판결을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전담재판부이지만 미어캣기획단이 직접 목격한 성폭력전담재판부는 일반 재판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성폭력전담재판부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담 판사가 다양한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평균적 감수성을 높이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운영에 관한 상시적인 관리와 점검, 전담판사들이 상시적으로 성폭력사건을 다루면서 느끼는 고민을 나누고 논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속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성폭력 가해자의 책임을 정확하게 묻는 판결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들과 함께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첫사람'(이하 첫사람)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활동과 기획단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미어캣 기획단은 '미'간을 찌푸리고 '어'이없는 재판부와 피고인의 아무말을 '캣'치한다(!)는 목표로 성폭력전담재판부 운영 및 성폭력 재판 일반에 관한 내용들을 조사하고, 성폭력 변호사 광고를 분석하고 유형화해보았다.

이 기사는 2016년 첫사람 재판동행을 바탕으로 2017년 성폭력전담재판부 및 성폭력 재판 전반에 관하여 조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미어캣기획단 지은, 도미가 작성하였다. 서울소재 각급 법원에 제출한 성폭력전담재판부 및 성폭력 재판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답변 확인 후 후속 기사로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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