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재파일] 여성 갱년기에 좋다는 '백수오'..독성 있는데도 무분별 유통

송인호 기자 입력 2017.10.21. 16:15 수정 2017.10.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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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오' 이름도 여러 가지…효능은 "흰 머리카락 검게 만든다"

'백수오'는 여러해살이 덩굴풀로 높이가 1~2m까지 자라는 박주가리과의 식물입니다. 백수오는 백하수오의 중국식 이름인데, 동의보감에는 '하수오(何首烏)', 은조롱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하수오를 이렇게 전합니다.

"황해도와 강원도에서 난다.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쓰고 떫다. 염증을 삭이고 가래와 담을 없앤다. 기와 혈을 도우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골수를 충실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까맣게 하고 오래 먹으면 늙지 않는다."

옛날 중국에서는 하(何) 씨 성을 가진 이가 이 약재를 열심히 먹어 130살이 되었어도 머리(首)카락이 까마귀(烏)처럼 검은색을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하 씨의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하수오(何首烏)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입니다.

하수오에 대한 문헌 기록을 종합해보면, 간과 신장 기능을 강화하고 뼈와 힘줄을 따뜻하게 해서 정력을 높이고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는 걸로 나옵니다. 중국 사람들은 하수오를 인삼, 구기자와 함께 3대 명약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 '백수오' 독성 평가해보니…"체중감소·심장 독성·이상행동 등 관찰"

백수오 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 여성의 갱년기 및 폐경기 증상에 효과 있다는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몇 년 전부터 백수오를 추출물이나 가루, 환 등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선조들은 백수오를 약으로 복용했지 지금처럼 식품으로 복용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경진 경희대 본초학교실 교수는 "전통적으로 백수오는 다른 약재들과 함께 달여서 복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물로 추출해서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오히려 간과 신장에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적정 용량을 필요한 양만큼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년 내내, 2년 내내 이렇게 먹는 약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잎 (사진=제주도 농업기술원 제공/연합뉴스)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진 2015년부터 2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수오에 대한 쥐 실험 안전성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최근 그 결과를 내놨습니다. 요약하면, 백수오를 100도씨에서 4시간 끓인 추출물을 쥐에게 90일 동안 용량을 달리해 매일 먹인 결과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수오 분말을 먹인 쥐에게서는 독성이 나타났습니다. 일부 쥐에게서 최대 46%의 체중감소와 최대 78%의 사료섭취량 감소, 심장 독성, 이상행동, 폐사 등의 부작용이 관찰된 겁니다.

식약처는 이런 안전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지난 8월 백수오 섭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백수오 섭취 가이드라인>

* 열수추출물(끓여서 추출)만 식품원료로 사용 (내년 상반기 고시 개정)
* 분말, 환 형태로 직접 섭취 금지
* 분말, 환 등 가공품 제조, 유통, 판매 잠정 중단
* 분말 함유 한약 제제 유통, 판매 잠정 중단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 백수오 분말, 환 여전히 무분별 유통…"부작용 없다" 잘못 전달
이렇게 백수오 섭취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놓고 백수오 분말과 환에 대한 시중 유통,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는데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SBS 취재진이 서울 약재시장과 온라인 판매점 등을 점검한 결과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만병통치약처럼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약재 상인들은 말린 백수오를 팔면서 "끓이지 말고 갈아서 우유에 타먹거나 물에 타서 먹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식품이기 때문에 그냥 분말, 환으로 먹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입니다.

약재상을 네다섯 군데 돌아다녔지만 답변은 비슷했습니다. 가루나 환으로 매일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백수오 분말은 경동약재시장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백수오 환은 식약처의 계도 이후에 시장과 온라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졌습니다. 하지만 약재상과 온라인 판매상들은, 소비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백수오 환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백수오 환은 체중감소 정도의 부작용만 있지, 다른 부작용은 없다는 말까지 하면서 오히려 다이어트 보조식품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매일 복용하면 그 효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독성이 있는 약재를 매일 먹는 건 몸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백수오를 산에서 약초로 캤지만, 최근엔 농가들이 대량 재배해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량 재배에는 두 가지 위험이 뒤따릅니다. 농약과 중금속입니다. 재배된 약초를 끓이지 않고 분말이나 환으로 그냥 복용할 경우에는 독성도 문제지만 농약과 중금속으로 인한 해악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때문에 농약, 중금속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된 것만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