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세월호 특조위 곧 돌아온다

백철 기자 2017. 10. 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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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6 가족협의회, 4·16 연대 관계자들이 10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 방해자 명단을 발표하며 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수사권, 조사기간 강화 등 반영돼…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도 함께 조사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부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박근혜 정부는 1기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종료시켰다. 이어 11월 11일에는 서울시 중구 나라빌딩에 있던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마저 완전 철거했다. 2기 세월호 특조위법이 예정대로 11월 안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1년여 만에 세월호 특조위가 다시 구성되는 것이다.

흔히 ‘2기 세월호 특조위법’으로 불리는 법안의 정식 명칭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 1기 특조위의 활동이 멈춘 이후인 지난해 12월 19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발의했다. 정확히 말해서 이 법은 세월호 참사만 조사하는 법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사망자만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조사도 함께 한다. 법안을 만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특조위 부활에 긍정적인 만큼 11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57개 조항에 달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안의 기본구조는 세월호 특별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권한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1기 세월호 특조위 출범 당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특조위에 수사권·기소권과 같은 강력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가족들의 우려대로 해경은 자료제출을 거부했고, MBC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며 특조위의 출석 요구에 불참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안은 조사관들에게 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 특조위 때도 해수부 등 여러 곳에서 조사활동을 방해했지만 경찰·검찰에 고발하는 것뿐이었다. 조사관에게 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이 생기면 조사 방해행위에 대해서 직접 수사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2기 특조위에서는 특검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강해진다. 과거 세월호 특별법에서는 특조위가 국회에 특검 임명을 요구할 수 있었고, 국회가 결정하는 기간엔 제한이 없었다. 1기 특조위는 지난해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특검요청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와 맞물리면서 2건 모두 흐지부지됐다. 반면 사회적 참사 특별법 제정안 38조는 특조위가 특검을 요구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에서 심사가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심사기간이 끝난 특검요청안은 바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5명의 특검 후보자도 특조위에서 추천하게 돼 있다.

■11월 안에 국회 통과 기다리고 있어 조사기간도 길어졌다. 1기 특조위는 1년 조사 후 6개월만 연장이 가능했지만, 2기 특조위는 2년간 조사를 마친 뒤 1년간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특조위 강제종료를 막기 위해 조사 개시가 결정된 날부터 조사기간을 계산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1기 특조위에 참여한 인사들은 현재 특별법 제정안에도 손볼 곳이 많다고 말한다. 장훈 분과장은 애초 법안이 제출된 때와 달라진 정치환경을 고려한 수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특별법 제정안은 법안 제출 당시 정부(박근혜 정부)와 여당(새누리당)의 개입 여지를 대폭 줄였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만큼 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좀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이다. 현재 특별법 제정안은 조사위원 9명 중 3명은 여당, 6명은 야당이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특조위의 조직과 운영사항은 대통령령(시행령)이 아닌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게 했다.

장 분과장은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특조위 구성을 주도할 수 있도록 생각했기에 여당 몫이 적은 것이다. 이제 민주당이 여당이 된 만큼 법안 취지에 맞게 위원 추천권을 바꿔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때 시행령으로 특조위에 말도 안 되게 개입을 한 전력이 있어 시행령의 여지를 많이 줄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만큼 시행령으로 정하는 부분을 확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기 세월호 특조위원이었던 장완익 변호사는 9명으로 정해진 조사위원의 숫자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1기 특조위의 조사위원은 총 17명이었다. 장 변호사는 “현재 특별법 제정안에 소위원회가 4개 규정돼 있다. 1개 소위당 2명의 위원만 들어가거나 위원 한 명이 여러 개의 소위를 겸임해야 하는데, 제 경험으로는 위원들에게 하중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일처리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가습기 참사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는 많아야 4~5명의 위원만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의 조사범위는 늘어났는데 특조위 정원은 1기 특조위와 같은 점(최대 120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편, 1기 특조위의 성과가 2기 특조위에 온전히 이어질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경우 1기 특조위의 자료를 완전히 공유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국가기록원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현재 특별법 제정안의 부칙은 2기 특조위가 1기 특조위의 조사자료, 증거물 등 일체를 이관받을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1기 특조위는 총 228건의 진상규명 과제를 확정하고 진상조사를 막 시작하던 단계에서 활동을 강제종료당했다. 2기 특조위도 특별법 제정안에 따라 직권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조위의 내부 결정에 따라 1기 특조위가 이미 확정한 진상규명 과제를 그대로 직권조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야 특조위원 추천 비율 등 수정 예정 여당인 민주당은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발의된 지 거의 1년 만에 통과될 예정인 만큼 여러 가지 내용을 보완한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그동안 ‘신속처리안건’으로 묶여 있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은 일정한 심사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국회 각 단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만 규정상 ‘심사기간’이 너무 길어(소관 상임위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최대 90일, 본회의 최대 60일) 지난 9월 22일에야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로 넘어왔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주도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3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별법에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거부했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별법 수정안의 내용은 이르면 10월 말에 확정될 예정이다. 여당 3명, 야당 6명으로 된 특조위원 추천 비율이나 이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와 중복된 부분 등이 수정될 예정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위원 추천문제 등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 등과 원활히 소통하고 있다”며 “예전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동의했던 다른 당들과 협의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제일 중요한 점은 위원회에서 일할 사람들”이라며 “법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잘만 한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반면에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다면, 진상규명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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