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소비하는 모피?

2017. 10.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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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회장 겸 CEO 마르코 비자리는 "2018년부터 밍크, 코요테, 너구리, 여우 등 동물 모피의 사용을 중단할 것" 이라며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포근하고 따뜻한 털옷이 생각나는 요즘, 한번쯤 나도 모르게 소비했던 모피는 없었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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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우리가 몰랐던 모피 제품
양모·메이크업브러시·앙고라 니트 등
일상에 스며든 동물학대 생산품들

[한겨레]

어린 양이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다. 양털을 깨끗하게 얻기 위해 양의 엉덩이 부분 살을 도려내는 뮬링 과정은 양에게 굉장한 고통을 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1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회장 겸 CEO 마르코 비자리는 “2018년부터 밍크, 코요테, 너구리, 여우 등 동물 모피의 사용을 중단할 것” 이라며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했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이와 같은 발언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상당 수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구찌가 동물 복지를 위해 힘쓰는 윤리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것이었다. ‘퍼 프리’ 선언을 한 브랜드는 구찌뿐만 아니다. H&M와 같은 스트릿 브랜드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의 하이 패션 브랜드까지, 약 38개에 달하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가 더 이상 동물 모피 소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동물이 모피 제작 과정에서 잔인하게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모피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 역시 모피 소비를 지양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 모피에 대한 경각심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제품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제품들이 모피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곤 한다. 우리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던 의외의 모피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울’이라고 불리는 양모 제품이다. 양의 털을 깎아서 만든 울 섬유는 정장, 코트, 셔츠 등 대부분의 의복 재료로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은 양모를 얻는 과정을 모르거나, 기계로 털을 깎는 단순한 방법으로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 양들은 ‘뮬싱(mulesing)’의 단계를 거친다. 뮬싱이란 배설물이 묻어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의 엉덩이 부분 살을 도려내는 과정을 말한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양들은 어떤 진통제도 맞지 못하고 뮬싱을 당하며 그 과정에서 무척 고통스러워한다.

한 농민이 양의 털을 깎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비슷한 예로 앙고라 니트가 있다. 부드러운 촉감과 가벼운 착용감으로 앙고라 니트는 겨울철 꾸준히 인기를 얻는 재질 중 하나이다. 이 니트에 쓰이는 소재인 앙고라는 앙고라 토끼의 털로 만든 섬유인데 약 90% 이상의 앙고라섬유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앙고라 털을 수확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방법은 털을 ‘뽑는’ 것이다. 이 때 토끼는 산 채로 고정되어 털을 잡아 뜯긴다. 이 방법은 길고 좋은 털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피부가 연약한 편인 토끼는 털을 뽑히며 엄청난 비명을 지른다. 또 다른 방법은 털을 ‘자르는’ 방법이다. 뽑는 방법보다는 덜 잔인해 보이지만 빨리 많은 털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 장치 없이 귀를 잡고 가위로 털을 깎아 토끼가 상처를 입기도 한다. 토끼들은 세 달에 한 번씩 철장에서 나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생활용품에서도 학대당한 동물의 모피를 재료로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을 할 때 사용하는 메이크업 브러시이다. 메이크업 브러시는 주로 천연모로 만들어진다. 피부에 닿는 만큼 최대한 부드러운 감촉을 위해서다. 주로 담비, 족제비, 몽구스 등 야생동물의 털이 이용된다. 페타는 “브러시 생산을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매년 덫에 걸리거나 야생에서 목이 졸려서 죽거나 감전사, 익사한다. 또는 털 농장에서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천연 가죽, 모피를 대신한 인조 가죽이나 인조 모피의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모피코트 대신 솜 패딩을, 가죽가방 대신 에코백을 메는 ‘착한 소비’ 또한 종종 눈에 띈다.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포근하고 따뜻한 털옷이 생각나는 요즘, 한번쯤 나도 모르게 소비했던 모피는 없었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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