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몰라의 IT이야기]전조의 마지막 왕: 아이폰8 리뷰(상)

이재운 2017. 10. 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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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벤치마크팀 닥터몰라]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 새로운 왕조를 출범시켰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던 왕조는 점점 세력을 확장해 나갔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건설한 아이폰 왕조는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항상 위용을 뽐내는 나라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애플 제공
지금까지 아이폰 왕조의 역대 왕들의 초상화를 보면 모두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이고, 아래위로 대칭되는(그리고 꽤 넓은) 배젤을 가진 디스플레이가 기기 중앙에 있으며, 디스플레이의 아래로는 홈 버튼이, 위로는 수화 스피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크기가 점점 커지고 세부적인 디자인들이 달라지긴 했어도, 누가 봐도 저 핸드폰은 아이폰이다 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유지되었습니다.
애플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아이폰 8 시리즈입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7s가 등장할 차례였지만, 아이폰 8은 조금 특별한 존재입니다. 먼저 아이폰 4s 이후 6년만에 뒷면 재질이 다시 유리로 돌아가고, 이와 함께 지금까지와 다른 느낌의 컬러들이 추가되면서 디자인적으로 통상적인 ‘s’ 세대의 아이폰보다 큰 폭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A11 바이오닉 칩은 최상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뽐내고 있으며, 아이폰 유저들이 고대하던 더 커진 이미지 센서의 탑재와 A11 바이오닉 칩의 뉴럴 엔진과 개선된 ISP는 전체적인 사진 품질 역시 끌어올렸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폰에는 최초로 추가된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언제 어디서나 ‘보는 경험’ 역시 끌어올려줬습니다.
애플 제공
아이폰 8은 분명히 전통적인 아이폰 왕조의 새 지도자로 우뚝 서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8은 역대 아이폰들이 받아왔던 스포트라이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러분들이 잘 아는 아이폰 X이라는 출중한 형제 때문이지요. 애플은 언제나처럼 아이폰 8을 발표했지만, 아이폰의 미래라는 수식어와 함께 아이폰 X 역시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새로워 보이는 것에 더 큰 관심을 주기 마련이지요. 스포트라이트는 아이폰 X에 집중되었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아이폰 X과 아이폰 8 시리즈는 생각하는 것만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A11 바이오닉으로 동일하고, 전·후면에 들어가는 카메라 센서 역시 동일합니다.

아직 아이폰 X이 출시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얼굴인식(Face ID)보다 익숙한 지문인식(Touch ID)이 더 편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번인을 걱정하는 사용자들 역시 많습니다. 무엇보다 1세대 아이폰으로부터 이어지던 홈 버튼의 제거는 일부 사람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폰 X은 999달러라는 시작 가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폰 8 플러스의 799달러보다도 200달러나 더 높은 가격입니다. 물론 아이폰 X의 새로운 변화들은 기술적인 쾌거이며,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부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8 시리즈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아이폰 X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판단을 도와드리기 위해, 아이폰 X과 아이폰 8 시리즈를 모두 사용해본 닥터몰라가 아이폰 8 시리즈를 낱낱히 해부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채널 고정!

◇디자인 : 다시 한 번 샌드위치

아이폰의 디자인이 바뀌면 항상 이전 아이폰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폰 5가 처음 나왔을 때는 투톤 디자인이 이상하다며, 아이폰 4와 4s의 샌드위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아이폰 6 디자인이 나온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5와 5s 디자인을 그리워했습니다. 물론 아이폰 7이 나왔을 때 6와 6s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가장 싫어했던 디자인 요소인 가로줄을 없앤 디자인이었으니까요. 이번 아이폰 8 역시 이런 경향을 이어갔습니다.

백투더맥·닥터몰라 제공
이번 아이폰 디자인의 가장 큰 변화는 뒷면이 다시 유리재질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유리는 알루미늄과 함께 애플이 매우 잘 다루던 소재 중 하나였는데요, 아이폰 8에서도 애플은 여전히 유리를 다루는 실력을 뽐냈습니다. 후면 디자인이 유리가 되면서 카메라 하우징 부분의 디자인 역시 더 다듬어졌는데요, 카메라 하우징은 여전히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부분이 유리와 어우러지면서 유리 위에 둥둥 떠있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또 전작에서는 플래시 부분이 오목하게 파여 있었던 것과 달리 아이폰 8 시리즈에서는 표면 유리 아래쪽에 플래시가 들어가면서 좀 더 매끈한 표면을 보여줍니다.
백투더맥·닥터몰라 제공
아이폰8은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골드 세 가지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세 색상 모두 유리 재질과 어울려 깊이감을 자아냅니다. 애플에 따르면 이런 색상을 나타내기 위해 7층의 컬러 프로세스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결과 모든 색상이 공통적으로 주변의 빛의 양과 보는 방향에 따라 그 색이 바뀌게 되는데, 특히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위 사진의 스페이스 그레이는 거의 제트블랙에 가까워 보이는데요, 특정 조건 하에서는 거의 제트블랙과 같은 느낌을 내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쥐색에 가까운 색을 냅니다.
백투더맥·닥터몰라 제공
실버 역시 사진으로 봤을 때는 화이트에 가까워 보일 수 있겠지만, 실물을 보면 은은한 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는 나머지 두 색상인 스페이스 그레이와 골드에 비해서는 가장 평면적인 색감을 가지고 있는 색상인 듯 합니다.
백투더맥·닥터몰라 제공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아이폰 8 시리즈의 히어로 컬러는 바로 이 골드 컬러입니다. 골드 컬러는 아이폰 X에서도 볼 수 없는 아이폰 8 시리즈만의 컬러이지요. 아이폰 8의 골드 컬러는 기존 아이폰들의 골드 컬러보다는 로즈골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즈 골드라는 단어로 이 색상을 표현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는 베이지색으로 보이고, 어떤 각도에서는 분홍색으로도 보입니다. 가끔씩 골드라고 부를 만한 색상도 눈에 띄지요.

언제나 그랬듯 아이폰 8 시리즈 역시 참 사진발을 안 받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인데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을 많이 타는 영역이니, 여러분들이 직접 사진들을 보면서 아이폰 8 시리즈의 디자인을 평가해 보세요.

아 참,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 8 시리즈의 유리는 기존에 스마트폰에 적용된 어떤 유리보다도 견고한 유리를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해외 리뷰들에 따르면 여전히 가슴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등의 충격에 완전히 견디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특히 뒷면 유리는 깨지면 오히려 전면유리보다 교체 프로세스가 더 복잡하다고 하니 최대한 조심하면서 써야할 것 같네요.

백투더맥·닥터몰라 제공
◇디스플레이 : 아이폰 7의 디스플레이에 트루톤을 얹다

아이폰 8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아이폰 7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와 동일합니다. 다만 아이폰 7 시리즈 디스플레이 자체가 워낙 훌륭한 품질이었기 때문에 아이폰 8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모바일 기기에서 최상급에 속하는 성능입니다. 정확한 색상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아이폰 7은 거의 완벽한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심지어는 에이조에서 자사의 모니터가 정확한 색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아이폰의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네이버 녹색과 모사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표현되는 네이버 녹색, 에이조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네이버 녹색을 비교하면서 아이폰과 에이조 디스플레이가 정확한 색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였으니까요.

애플 제공
자료: 디스플레이메이트 / 닥터몰라 제공
아이폰 8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에 새로 적용된 기술은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트루톤 디스플레이 기능은 화면의 화이트포인트를 고정된 수치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여러 채널의 주변광 센서로 주변광의 화이트포인트를 측정하고, 여기에 맞춰 화면을 조절해주는 기능입니다. 네, 맞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 처음 들어가고 아이패드 프로 2세대에 들어간 바로 그 기능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빛을 내지 않는 물체들은 정해진 색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물체에서 보는 색은 매우 많은 파장의 빛이 섞여 있는 백색광이 해당 물체에 부딪혔을 때 어떤 파장을 흡수하고 어떤 파장을 반사하는지에 따라 그 색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 눈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면, 이 물체는 가시광선 중에서 붉은색, 푸른색 파장대의 빛들을 흡수하고, 초록색 파장대의 빛을 반사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빨간색과 파란색 파장대의 빛만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이 물체를 보면 이 물체는 검은색으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디스플레이는 이런 법칙을 무시합니다. 만약 우리가 상대적으로 노란 빛의 주변광 하에 있다면 우리 눈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주변광에 적응한 상태일 것입니다.

이때 디스플레이가 빨간빛, 초록빛, 파란빛의 서브픽셀을 이용해서 6500K 색온도를 만들고 이것이 흰색이라고 보여주면 우리 눈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민감해져 있는 푸른 빛을 보는 원추세포는 파란빛의 서브픽셀에서 나오는 빛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반대로 빨간 파장대와 초록색 파장대를 감지하는 원추세포들은 이 색들을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화면이 푸르딩딩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물론 디스플레이에 계속해서 집중하게 되면 눈의 세포들이 디스플레이의 색온도에 맞춰 다시 적응할 것이므로 이런 현상이 완화되겠지만, 이 경우에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본다거나 할 때 눈은 계속해서 바뀌는 빛의 구성에 적응하려고 들어 쉽게 피로해질 것입니다.

애플 제공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화면의 색온도를 주변광에 맞춰 조절함으로써 이런 현상을 최대한 억제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디스플레이를 볼 때 눈이 훨씬 더 편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폰8 시리즈의 디스플레이가 아이폰7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와 차별화되는 점은 단 하나, 트루톤 디스플레이 뿐입니다. 하지만 보는 경험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절대로 작은 변화가 아닙니다. 물론 주변광에 맞춰 화면의 화이트포인트를 바꾼다는 개념 자체는 상당히 오래된 개념이고, 당연히 애플의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이 개념을 처음 상용화시킨 물건도 아닙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애플은 이 기능을 매우 정교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보는 경험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하편에 계속)

이재운 (j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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