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생산량' 수렁에 빠지다

김회권 기자 입력 2017. 10. 21. 12:00 수정 2017. 10.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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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모델3 출고 대수와 시장의 근심

 

테슬라는 지금 생산의 수렁에 빠졌다. 매번 걱정하던 테슬라의 생산 능력은 최신형 모델3의 출고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모델3는 내년에 대량으로 판매해야 할 상품이다. 사전예약을 하고 1000달러의 예약금을 지불하며 자신의 모델3를 기다리는 사람이 전 세계에 45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모델3의 생산량이 드라마틱하게 급증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3분기 생산량은 목표량의 15%에 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10월2일, 테슬라가 발표한 2017년 3분기(7~9월)의 생산 대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신형 ‘모델3’의 생산량은 당초 테슬라가 제시했던 목표량의 15%에 불과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제시한 계획은 3분기 1500대 생산이었는데, 막상 만들어진 건 260대에 불과했다. 테슬라는 “생산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고 리콜을 피하기 위해 생산 대수 증가를 서두르지 않는 선택을 했다고 해명했다. 

 

 

과거에도 배송일 지키지 못했던 테슬라

당초 모델3가 받은 열광은 테슬라에 호재이자 고민이기도 했다. 7월29일 발표한 ‘모델3’는 테슬라의 첫 보급형 전기자동차다. 2008년 전기차를 처음 생산한 테슬라는 그동안 약 14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은 물건들을 팔았다. ‘모델S’와 ‘모델X 크로스오버’는 1억원 대 전기차였다. 그런데 모델3는 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첨병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로백 6초대, 완충 시 주행거리 346km라는 성능도 매력적이었다. 

모델3 사전 예약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1000달러의 예약금을 낸 사람만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머스크가 직접 밝혔는데, 예약 취소를 감안하면 여전히 45만명 정도가 모델3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닛산 리프의 총 판매 대수가 35만대 정도다. 

테슬라는 혁신적인 하이테크 기업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기차를 만드는 제조 회사 역할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기업이든 수요를 못 따를 만큼 생산이 뒤처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이건 혁신의 선두 주자인 애플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테슬라의 팬과 머스크의 열렬한 지지자조차 모델3를 약속한 배송일까지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는 건 문제다. 테슬라는 과거에도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테슬라가 시판한 3가지 차종인 모델S, 모델X, 로드스터는 공표한 배송일을 지키지 못했다.

 

배송을 시작한 테슬라 모델3. 모델3의 사전 예약자는 전 세계 45만명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머스크는 모델3의 생산 계획을 발표할 때 ‘S자 곡선형 증산’을 강조했다. 초기에는 소량 생산으로 시작해 9월에는 1500대, 12월에는 2만대까지 생산 대수를 늘릴 거라고 밝혔다. 그리고 2018년, 한 해 목표 생산 대수로 내놓은 숫자가 50만대였다. 2018년에 사전 예약분을 충분히 채운다는 선언이었다. 

그 핵심은 생산 속도의 증가 방식에 있었다. 테슬라의 공장은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라인이며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머스크는 강조했다. 모델3 생산라인에서 사람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대신 로봇의 역할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완전 무인 상태의 공장을 만들어 생산량을 극대화 시키는 게 머스크가 삼은 목표였다. 드라마틱한 S자 곡선을 그리는 생산 대수의 증가는 이런 시나리오에서 나왔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을 쫓아가지 못한 셈이다.

애초부터 이런 위험은 계속 지적돼 왔다. 테슬라의 대량 생산과 자동차 메이커의 대량 생산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효율성을 위해 부품 제조를 외부에 위탁하지만 테슬라는 자사에서 자체 생산하는 부품이 많다. 그래서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달리 높은 수준의 수직 통합과 제어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대로 말하면 생산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또 다시 제기되는 테슬라의 캐시번

모델3의 생산 문제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테슬라의 ‘현금’ 문제다. 자동차 메이커는 경기가 호조를 보일 때 생산 대수를 급격히 늘려 현금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데 모델3는 중요한 시기에 테슬라의 현금 흐름을 막아버렸다. 

그동안 테슬라의 캐시번(cash burn, 현금 고갈)은 자주 언급된 문제였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에만 약 14억 달러를 소진했다. 1분기까지 합치면 상반기에만 약 24억 달러를 썼다. 3분기 생산 대수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포브스는 “3분기에는 약 15억 달러를 사용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력 상품인 모델S는 점점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 기대를 모았던 모델3는 생산을 맞추지 못하니 결국 또 모자란 돈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판이다.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를 통해 모델3가 ‘생산 지옥’에 빠진 것을 인정했다. 게다가 약 400~700명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을 근무 성적을 물어 해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를 이런 ‘지옥’에 빠뜨린 리더는 아직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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