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무튼,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김태형 입력 2017.10.21. 11:42

올해 2월의 일이다.

좋은 과일이 들어와서 나눠 먹으려고 이웃 출판사 위고에 들렀다.

다른 결의 책을 펴내던 세 출판사가 모였으니 그럴밖에.

아무튼,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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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총 5종)위고코난북스제철소 펴냄

올해 2월의 일이다. 좋은 과일이 들어와서 나눠 먹으려고 이웃 출판사 위고에 들렀다. 코난북스 대표가 와 있었다. 모두 달뜬 표정이었다. ‘다들 오늘 주문이 많이 들어왔나?’ 살짝 우울해지려는데, 코난북스가 재미난 기획이 있으니 함께하자고 했다. 세 출판사가 힘을 합쳐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자는 것. 자유로운 글쓰기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재미의 최전선을 추구해보자는 다소 거창한 말도 덧붙였다.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라니, 게다가 ‘함께’라니! 생각만 해도 좋았다. 머릿속에 글감과 그에 어울리는 저자 리스트가 엔딩 크레디트처럼 차르르 올라갔다. 혼자 기획하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밥 먹으며 켜켜이 쌓인 외로움이 단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아무튼 해보지, 뭐!

일주일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각자 예상 리스트를 뽑아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시리즈에 관한 상(象)부터 관심 있는 주제, 염두에 둔 필자 등 무엇 하나 같은 게 없었다. 다른 결의 책을 펴내던 세 출판사가 모였으니 그럴밖에. 그 뒤로 거듭한 난항에 관해선 늘어놓지 않겠다. 아무튼,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으니까.

지난 9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둔 다섯 권의 책이 ‘아무튼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쇼핑> <아무튼, 망원동>이다. 각각 인권운동가· 목수·약사·일러스트레이터·대리운전기사 등 주제만큼이나 저자의 이력도 다양하다.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코난북스, 제철소 세 1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협업이다. 독자들이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기를 바란다. 시작할 때 우리가 그러했듯이.

김태형 (도서출판 제철소 편집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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