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덩샤오핑의 저격수로 떠오른 시진핑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2017. 10. 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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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덩샤오핑 유훈 어기고 '도광양회 정책'도 폐기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요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저격수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중국은 덩샤오핑의 유훈통치가 이뤄져 왔다. 개혁개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유훈을 하나둘씩 폐기하고 있다.

말년의 덩샤오핑 - 구글 갈무리

덩샤오핑이 확립해 놓은 집단지도체제, 후계자의 격대지정(隔代指定, 차차기 후보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은 폐기 또는 붕괴 직전이다. 중국은 이미 시진핑 1인 독재 시대가 열렸다. 집단지도체제가 붕괴한 것이다. 격대지정도 시진핑은 차기 상무위원을 모두 60대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폐기할 전망이다. 이어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대표적인 외교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도 폐기할 것을 천명했다.

덩샤오핑은 그가 죽기 직전 공산당 고위간부에게만 회람되는 문서를 통해 ‘힘을 비축할 때까지 미국에 맞서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바로 도광양회 정책이다.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약자가 모욕을 참고 견디면서 힘을 갈고닦을 때 많이 인용된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도록 해 조조의 경계심을 풀도록 만든 계책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길 때까지는 침묵을 지키면서 강대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도 협력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덩은 자신의 외교 철학을 20자로 요약했다. 이른바 ‘덩의 20자 방침’이다. “냉정히 관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자신을 확고히 하고,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려야 하며,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冷靜觀察 沈着應付 站穩陣脚 韜光養晦, 有所作爲).”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관통하는 질서가 하나 있다. 미국에 맞서면 망하고, 미국에 협력하면 흥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맞선 소련 등 동구권은 망했다. 쿠바와 북한은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 미국에 협조한 나라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에 맞섰을 때는 경제가 붕괴 직전이었다. 1950~1960년대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때 수천만 명의 중국 인민들이 아사했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유훈을 거부하고 미국에 맞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말 하나도 일치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왕따’ 당하고 있다. 유럽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혼란을 겪고 있다.

국제무대의 강력한 패자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시 주석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세계적 패권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이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장장 3시간 반에 걸친 19차 공산당 당 대회 개막연설에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적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이 장장 3시간 반에 걸친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제 우리가 인류문화에 기여하기 위해 세계무대의 정중앙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중국은 동방에서 높고 굳건하게 우뚝 섰다. 중국적 사회주의(개혁개방)는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맞서 세계적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언한 셈이다.

중국이 기회를 잡긴 했다. 미국은 ‘미국 우선’ 정책으로 세계의 리더 자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유럽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내홍을 겪고 있다. 세계의 리더십 공백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중국에게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부지리다. 중국이 잘해서가 아니고 남들이 못해서 그런 것이다.

덩샤오핑은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국력이 생기기 전까지 미국에 맞서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적 리더십을 추구할 정도의 경제력이나 국력이 축적됐을까? 중국은 지금 북한 하나 자기 마음대로 못하는 경제력과 국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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