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①] 제주의 가을은 소리로 머문다

강경록 2017. 10.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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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관광 10선
갯깍주상절리와 몽돌(사진=제주관광공사)
생이기정에서 바라본 차귀도(사진=제주관광공사)
물질하는 해녀(사진=제주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관광공사는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을 맞아 ‘제주의 가을은 소리로 머문다’라는 테마를 주제로 관광지, 자연, 체험, 축제, 음식 등 5가지 분류에 대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가을이 깊어지는 11월의 제주는 많은 소리를 담고 있어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많다”며 “마음과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생을 여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숨을 멈춘다고 한다. 바닷속 치열한 투쟁 끝에 다시 삶으로 나오기 위해 내뱉는 한 모금의 숨. 호오이, 호오이.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그렇게 생을 연다. 강한 어머니이자 생활력을 상징하는 해녀의 소리는 이방인들의 느슨해진 열정을 깨우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열정이 식고 있다면 해녀들이 물질하고 있는 바다로 가보자.

]‘휘~익~휘이익~’. 길고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가 파도와 함께 제주도의 해안가로 흩어진다. 바닷속을 바쁘게 드나드는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다. 바다에 빠져들기 전 해녀들이 내는 들숨소리다. 제주 사람들은 이를 ‘숨비소리’라 부른다. 밖에서 듣는 사람들은 그저 휘파람 소리에 불과하겠지만 매일 바다로 뛰어드는 잠녀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삶의 소리’다. 해녀를 제주에서는 잠녀 또는 좀녀라고 부른다. 검은 고무 옷을 입은 해녀들은 테왁(해산물을 담는 망이 달린 물에 뜨는 물건)에 의지한 채 넓은 바다를 떠다니며 쉬지 않고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잠시 숨을 고른 해녀는 그렇게 다시 ‘휘~익~휘이익~’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는 이내 하늘을 향해 힘찬 발길질을 던지곤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제주에서 만난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다.

물 아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운명같고 굴레같은 해녀들의 척박한 삶을 이르는 이곳 속담이다. ‘좀녀 애기 나 사을이믄 물에 든다’고 할 정도니 이 섬에서 태어난 여성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제주에서 여자로 태어난 죄. 그 고단한 일상을 멍에처럼 짊어진 해녀들의 삶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인적이라고 해야 할 여성성에 탄복하기도 전 애잔한 슬픔이 먼저 밀려온다.

제주해안가 전역에서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다에 떠있는 테왁이 보인다면 멈춰서보자. 하도리나 법환포구, 한림, 오조리 등에서 해녀가 조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이 된 제주해녀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세화에 있는 해녀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 바람 맞으러 가는 길 ‘생이기정’

어디에 서 있어도 제주는 바람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억새를 가르고 달려오는 생이기정의 가을바람은 새들의 날갯짓처럼 강하게 퍼덕인다.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생이기정은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라는 뜻으로 용암이 굳어진 기암절벽길이다. 절벽 옆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억새물결과 그 소리는 절벽 너머 보이는 차귀도와 와도의 풍광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는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다. 올레 12코스이기도 한 생이기정길은 길이가 약 1.5km로 당산봉을 형성한 화산재가 쌓인 위로 용암이 다시 분출한 모습이어서 지질학적인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용수리 포구 방향에서 당산봉 방향으로 걸을 수도 있고, 반대로 걸어갈 수도 있지만 용수리 포구 쪽에서 걷기를 추천한다. 용수리 포구 근처에는 김대건 신부가 중국을 출발해 20여 일간 표류하다가 표착한 장소를 기념하는 제주표착기념관과 기념성당도 있다.

◇파도를 어루만지는 몽돌의 이야기를 듣다

촤르르. 바둑알을 바닥에 쏟아놓듯 바다가 몽돌에 파도를 쏟아낸다. 많은 물이 들어왔다 나가면 더욱 깊어지는 소리. 제주의 몽돌해변에서는 바다와 몽돌이 만나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성난 파도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 몽돌은 둥그렇고 부드럽게 파도를 다시 바다로 내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다에 서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작은 몽돌이 된 현무암이 깔린 외도 알작지는 제주 공항 근처에서 있어 접근하기에 편하다. 하늘로 뻗은 돌기둥이 1.75km 걸쳐 형성된 갯깍주상절리. 알작지보다 조금 큰 몽돌이 있는 갯깍주상절리는 해안을 따라 가며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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