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왜 '호갱'이 됐나] ③ 완전자급제·알뜰폰·제4이통·보편요금제..정답은?

임아영 기자 입력 2017. 10.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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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은 휴대전화 이용자의 90% 이상이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휴대전화)를 구매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한국의 자급제 비율은 8%로 세계 평균 61%에 비해 크게 낮은데요.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단말기 개통과 통신서비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 때문입니다. 이통사가 보조금을 무기로 유통을 쥐락펴락하면서 ‘고가 단말기+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소비자가 오히려 손해를 안 보는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됐죠. 글로벌 IT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해외의 프리미엄폰 시장의 비중은 약 32% 수준인 반면 국내의 경우 87.9%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단말기 과소비’를 하게 되고 ‘비싼 요금제’를 쓰게 되는 셈입니다. 이통사가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묶어파는 구조를 바꿔서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온 안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입니다. 3회에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알뜰폰, 제4이통, 보편요금제 등 현재 논의되는 대안들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만 도입되면 모든 게 해결될까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이통사와 제조사와 판매 과정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제조사의 장려금-이통사의 보조금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어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을 하고 이통사는 통신서비스 경쟁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통사와 적절하게 공급가, 장려금 범위에 대해서만 계약을 맺으면 끝이었습니다. 그러나 완전자급제가 되면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점에 도매가로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해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고가의 단말기만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동안은 이통사가 요금제와 보조금을 결부시켜 제조사와 함께 단말기 가격을 부풀리고 적절히 보조금을 지급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 주는 것처럼 눈속임 수법을 써 왔다는 것입니다. 그 수법을 통해 고가 단말기 중심으로 공급해왔는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액면가가 고가인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결국 제조사간 단말기 가격 경쟁이 유발되고 출고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팔리지 않는 고가의 단말기를 계속 생산할 수 없고 해외 단말기와 같은 중저가 단말기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죠. 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가격대를 조사해 다양한 단말기 공급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이통사도 단말기와 연계된 고가요금제 판매 수법이 통하지 않게 되니까 고유의 할인제도를 만들거나 수요층별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게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알뜰폰 업계와 요금 경쟁을 하게 돼 더 요금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기도 하죠.

여기까지는 ‘장밋빛 전망’입니다. 제조사들이 담합으로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우려도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고 인건비, 영업 비용을 따로 충당해야 하므로 비용이 발생하고 이때문에 단말기 가격을 내리지 않을 소지도 있습니다. 이통사의 경우에도 현재 3사가 과점 체제인 상황에서 유사한 요금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통신비 인하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원했던 마케팅비를 아낀다고 절감한 마케팅비를 요금 인하에 활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완전자급제가 되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에 규정된 이통사의 공시지원금(보조금)이 사라지고 이통사의 지원금과 연계되는 선택약정할인제도도 사라지게 됩니다. 정부는 이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인 거죠. 그런데 중소유통업계는 고사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2만여개의 대리점·판매점 등은 유통 구조가 바뀌면 현상 유지도 어렵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통사 대리점에만 가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완전자급제 이후에는 판매점-이통사로 두 번의 구입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완자제’…SK텔레콤 ‘찬성’·삼성전자 ‘반대’·정부 ‘유보’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논의의 급물살을 탔습니다. 후발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되면 선두 업체로 가입자가 쏠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데요.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가 이통사간 별 차이가 없다면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선두 사업자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또 결합 상품 등으로 무선 시장의 지배력이 유선 시장의 지배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반대합니다. 현재 유통 구조를 바꾸면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꾸려나가야하는 것도 부담이고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을 받으면 해외에서도 가격 조정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LG전자는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단말기의 품질과 가격만으로 경쟁하게 되면 오히려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인데요.

정부는 유보적입니다. 19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대리점,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얽혀있다”며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정교하게 봐야한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해관계자별로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유 장관은 단말기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통신 시장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시장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균형 문제다. 셀러(seller)가 주도하는 시장이냐, 바이어(buyer)가 주도하는 시장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다 봐야한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셀러가 주도하는 시장이라고 봐야한다.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완전자급제 시행을 담은 법안은 2건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완전자급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성태 의원 법안은 통신사와 연관 있는 회사, 가령 SK네트웍스같은 경우 SK텔레콤과 계열사 관계이기 때문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팔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SK텔레콤 직영 대리점도 안됩니다. 나머지 제조사, 대형 유통점, 일반 중소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가 가능합니다. 반면 박홍근 의원 법안은 ‘이동통신사업자, 제조업자, 이동통신대리점, 대규모유통업자 등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단말기를 제조하는 삼성전자도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게 만든 것이죠.

박홍근 의원이 단말기 판매업자를 강하게 제한한 것은 대리점과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영세 유통업자만 고사할 수 있다며 완전자급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MDA는 판매점이 단말기 유통만 담당하게 되면 대형 유통망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활성화·제4이통·보편요금제…사회적 논의기구에서는?

알뜰폰 업계는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최신 단말기를 유통하지 못하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알뜰폰도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알뜰폰은 40여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제살 깍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시행하기에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통신비 인하 효과도 불확실하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감사 정책보고서를 통해 “현행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고, 단통법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시급히 보완해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선택약정할인율 5% 포인트 추가상향과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할부수수료 폐지 등을 제안했습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국민의당만 완전자급제 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독점력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제4이통부터 보편요금제까지 이미 안을 여러 개 내놨습니다. 유영민 장관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제4이통’을 언급하며 “신규 이동통신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얘기를 이미 한 바 있다”며 “시장을 키우는 것이 통신비 인하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시장을 키워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정부는 9월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했고 취약계층에 1만1000원 추가 요금할인을 한 데 이어 현재 이통3사의 최저 요금제보다 1만원 가량 저렴하면서 데이터를 3배 이상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부터 알뜰폰 활성화·제4이통·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 시장을 뒤흔들 정책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교통 정리가 필요해보입니다. 정부는 10월 말 제조사와 이통사·알뜰폰 업체·판매점·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중장기적 통신비 인하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출범합니다. 100일 동안 운영될 이 기구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원활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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