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인자의 亂 핑계삼아.. 후계 투톱 발탁 안할 듯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7. 10. 2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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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후춘화·천민얼 상무위원 탈락 유력' 보도 배경은]
"차기 리더 꼽히던 쑨정차이, 정권 전복시키려다 실각"
시주석, 조기 승계 제도에 불만.. 후계자 지명 천천히 하려고 해
'장기 집권 노린 포석' 분석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번 19차 당 대회에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화권 매체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 충칭 서기 등 유력한 차기 최고 지도자 후보 2명이 모두 상무위원(최고 지도부 7명) 레이스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후보로 꼽히다 낙마한 쑨정차이 전 충칭 서기가 정권 전복을 기도했다가 실각했다는 중국 고위 인사의 발언도 전해졌다. 시 주석이 이 사건을 이유로 후계자 지정을 미루고, 자신의 집권 연장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후춘화 서기와 천민얼 서기 모두 상무위원 승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 서기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국무원 부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는 7인의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한 채 지금과 같은 정치국원(25명)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SCMP는 전망했다. 현재 중앙위원(정치국원 아래 단계)인 천민얼 서기도 상무위원이 아닌 정치국원으로 승진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소재 중화권 매체인 보쉰도 지난 18일 후춘화·천민얼 서기의 상무위원 탈락설을 보도한 바 있다. SCMP는 "이 같은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SCMP는 후계자 지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전하면서 "현재의 권력 승계 과정에 대한 시 주석의 불만이 크다"는 소식통들의 발언을 전했다. 후계자를 조기에 지정하는 현행 시스템은 권력 승계의 불안정성을 없앨 수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권력 승계 시스템은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권력이 넘어간 2002년부터 안착됐다. 그 이전 마오쩌둥 시대에는 세 번이나 후계자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두 명이 죽는 비극이 있었고, 덩샤오핑 때도 두 명의 후계자가 실각한 끝에 장쩌민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한 소식통은 "후계자를 조기 낙점하는 현 제도 아래서는 후계자가 강하면 기존 권력에 도전하는 문제가 생기고, 약하면 계파 간 권력 투쟁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쑨정차이의 낙마는 현 승계 시스템에 대한 시 주석의 개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후계자 문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시 주석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SCMP는 "시 주석이 이번에 당장 후계자를 내는 대신 후계자 후보 풀을 더 넓혀 실적을 근거로 그중 한 명을 후계자로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MP에 따르면 19차 당 대회에 참석 중인 류스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이 여러 차례 쿠데타를 적발해 공산당을 위기에서 구했다"며 "쑨정차이는 보시라이 전 충칭 서기, 저우융캉 상무위원, 링지화 중앙통일전선 공작부장처럼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권을 전복하려 한 혐의로 낙마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쑨정차이 사건을 들어 후계자 조기 낙점의 폐해를 주장하면서, 후계자 구도를 뒤흔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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