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관전평] 두산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을, 스스로 좁혀놓은 해커

 일구회 고문 입력 2017. 10. 20. 23:03 수정 2017. 10. 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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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일구회 고문

NC 선발 에릭 해커는 앞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돋보였다. 그 덕분에 옆으로 흘러가는 변화구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해커는 닷새 전인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04구를 던진 탓인지 다소 힘들어보였다.

1회 1사 후 두산 류지혁에게 직구 6개로 볼넷, 3번 박건우를 만나서 또 볼넷을 내줬다. 특히 박건우를 상대로는 볼카운트 0-2를 잡아놓고도 커트를 4개나 당하면서 10구 접전을 벌인 끝에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이 대목에서 해커가 피로감을 느끼는 게 확연히 보였다. 두 타자에게 던진 16구 중 몸쪽으로 향한 것은 3구밖에 없었다. 팔꿈치에 피로가 남은 탓인지, 의도적으로 변화구를 외면한 것인지, 또는 볼배합 자체를 직구(커터) 위주로 한 것인지, 어떤 의도에서든 굉장히 무거운 출발이 됐다.

2회에는 1사 1·2루에서 오재원에게 볼카운트 1-1에서 투심으로 투수 땅볼로 끌어냈는데, 그만 2루 송구에서 실책을 하고 말았다. 2루로 공을 던지는 동작이 피칭할 때 움직임과 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나온 악송구가 해커의 이날 컨디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해커는 이후 허경민에게 초구 변화구로 던지다 안타를 맞고, 민병헌을 만나서는 초구 슬라이더가 돌지 않아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민병헌은 이런 상황에서 오른쪽 방향을 노리고 들어가는 타자다. 이 타석에서 초구 슬라이더를 의식적으로 노리는 스윙을 하고 있던 만큼, NC 배터리로서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몸쪽 볼의 쓰임새가 승부를 가른 경기이기도 했다. 홈베이스 너비는 44㎝다. 타자에게 몸쪽을 의식시켜놓으면, 그 타자는 그 너비를 60㎝ 정도로 넓게 보게 돼있다. 타자로서는 그만큼 존을 넓혀놓고 타격해야한다. 이날 해커는 몸쪽 공격을 하지 않고 바깥쪽 위주로 던지는 바람에 타자 입장에서는 앞다리를 편안히 홈베이스 쪽으로 들여놓고 외곽 공을 쉽게 노릴 수 있었다. 이날은 타자 입장에서 홈 베이스 너비가 30㎝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20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4회초 2사 2루 상황 NC 선발 해커가 교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승부는, 3번타자의 집념과 끈질김 차이에서 갈리기도 했다.

두산 3번타자 박건우는, 1회 해커와 10구까지 승부를 벌여 해커를 궁지에 몰아넣고 볼넷을 얻었다. 득점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닷새만에 등판하는 해커가 포스트시즌 들어 이전 시합에서 호투하던 흐름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3,1이닝만에 강판시키는 선봉 역할을 해줬다. 반대로 NC 3번타자 나성범은 2회 팀이 2점을 만회하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4구만에 삼진을 당해 팀의 추격 무드를 죽여버리는 느낌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 8경기를 보니 교체로 들어온 선수가 의외로 활약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이날은 2회부터 마스크를 쓴, 두산 포수 박세혁이 돋보였다. 박세혁은 2회 수비에서 1사 1·2루에서 그때까지 12구 중 1개밖에 없던 변화구를, 8번 김태군부터 적극적으로 섰다. 2번 노진혁까지 4명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3번 나성범이 초구 몸쪽으로 들어온 평범한 커브를, 그냥 보내며 스트라이크를 하나를 잡힌 다음에 3구 연속 이어진 직구에 너무나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중심타자로서 집념과 끈질김이 부족했다.

박세혁이 2회에 찬스 메이커가 됐고, 4회에는 추가점을 올리는 2루타도 쳤다. 투수 리드에서 나성범에 대한 볼배합, 3회 2사 1·3루에서 9번 김준완에게 몸쪽 초구 직구를 던지게 하고 나머지 4개는 연속으로 바깥쪽 볼배합을 해 유격수 땅볼로 잡은 부분은 등은 칭찬할 만하다. 김준완은 2회 초구 커브를 1루 옆으로 흐르는 2루타를 만들었다, 원래 당기는 타자인 데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변화구에 타이밍이 맞고 있었다. 박세혁이 직구를 앞세운 부분은, 상황을 잘 읽고 대처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경기는 NC 배터리가 김재환을 신경쓰다가 오재일한테 당한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두산의 강한 면모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날 선발 해커는 손에서 볼이 잘 걸리지 않았다, 릴리스포인트도 일정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나흘 쉬고 등판하는 데 익숙지 않은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선발투수들이 이만큼 무기력하고 구원투수들이 난조를 보이니 경기가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투수가 이만큼 없는 것을 보니 한국야구의 현주소가 슬픈 것 같다.

< 일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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